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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에 나무 도마를 말리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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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벨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4회 작성일 20-08-2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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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에 나무 도마를 말리다가

 

- 벨라 -

 

 

햇살이 너무 좋아 오후 햇볕 아래에서

 

나무 도마를 말린다

 

 

마루에 걸터앉아 무심코 바라보니

 

도마 속에 새겨진 흠집들이

 

마치 "앨버트로스의 날개 뼈같기도 하고

 

강물을 건너가는 작은 뗏목 같기도 하다

 

 

적나라하게 드러낸 깊고 짧은 칼자국들

 

이리저리 얽히고설킨 상처들이 깊다

 

수많은 나날들

 

도마와 함께 아침에 창문을 열고

 

도마와 함께 저녁에 빗장을 닫았건만

 

단 한 번도

 

귀 기울여 본 적 없는 도마의 목소리

 

유독 가슴 언저리에 상처들이 몰려 있다

 

하나씩 떼어서 보면 작은 상처들이겠지만

 

그런 상처가 모이고 모여서

 

 

도마의 가슴팍에 작은 물웅덩이가 생겼다

 

 

가슴에 남은 상흔들은 내가 만든 것들,

 

여태껏 그 상처를 보지도 느끼지도 못했다

 

해 질 녘 햇볕에 바싹 마른 도마를 가져와

 

오늘도 요리를 위해 도마 위에 칼집을 낸다

 

연주라도 하듯이 리듬에 맞춰서

 

생마늘 쪽은 탁탁탁

 

대파는 송송

 

두부는 쓱싹쓱싹 토막을 내 국을 끓인다


 

나의 가슴에도 저런 물웅덩이 하나 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08-24 13:12:36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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