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육의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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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당나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554회 작성일 20-08-25 21:56본문
과육의 저녁
어머니가 복숭아를 따는 뜰에서
나는 햇살 섞인 굳은살을 만진다
맨몸의 과육을 가득, 흙 위에 내려두고
가지마다 못 쓸 쭉정이를 골라낸다
숨을 다 뽑은 과육의 그 향에
나는 시름시름, 여름을 앓으면서
꿈을 적어둔 비문을 읽는다
꾸르륵꾸르륵 밭을 지나간 물방울이
그늘을 땋아 올리며 가을 달을 놓으면
낙과 가득한 지게 뒤에서
복숭아를 입에 넣고 단 혀로 어머니를 부른다.
그 소리가 오늘따라 종일 들리고
어머니 홀로 집으로 돌아가던 빈 언덕에
거두지 못한 쭉정이가 가득하다
바람 잘 날 없던 가지 아래
좀 슨 과육으로 떨어지는 복숭아 진물이
미숙한 나의 걸음을 무르게 한다
바람을 받지 않은 입술로
여름, 여름 앓던 이름을 여러 번 부르다
시름을 앓았다는 듯 오늘은
꾸어 둔 밭으로 걸음을 옮긴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08-30 12:46:51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어머니가 복숭아를 따는 뜰에서
나는 햇살 섞인 굳은살을 만진다
맨몸의 과육을 가득, 흙 위에 내려두고
가지마다 못 쓸 쭉정이를 골라낸다
숨을 다 뽑은 과육의 그 향에
나는 시름시름, 여름을 앓으면서
꿈을 적어둔 비문을 읽는다
꾸르륵꾸르륵 밭을 지나간 물방울이
그늘을 땋아 올리며 가을 달을 놓으면
낙과 가득한 지게 뒤에서
복숭아를 입에 넣고 단 혀로 어머니를 부른다.
그 소리가 오늘따라 종일 들리고
어머니 홀로 집으로 돌아가던 빈 언덕에
거두지 못한 쭉정이가 가득하다
바람 잘 날 없던 가지 아래
좀 슨 과육으로 떨어지는 복숭아 진물이
미숙한 나의 걸음을 무르게 한다
바람을 받지 않은 입술로
여름, 여름 앓던 이름을 여러 번 부르다
시름을 앓았다는 듯 오늘은
꾸어 둔 밭으로 걸음을 옮긴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08-30 12:46:51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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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날건달님의 댓글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어머니의 젖 냄새, 땀 냄새, 피 냄새를 맡으며 시름 앓다 갑니다.
당나귀님의 댓글의 댓글
당나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감사합니다. 성심껏 댓글을 달아 주시니 오랫동안 이 댓글이 그립겠습니다.
작은미늘barb님의 댓글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몇번을 봐도 참 좋습니다.
어머니 홀로돌아가는 길에 거두지 못한 쭉정이가
저의 가슴에도 바람을 불러와 저리도록 아름답습니다.
감사합니다.
당나귀님의 댓글의 댓글
당나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감사합니다. 문운 가득하시고 늘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