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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87회 작성일 20-10-0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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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아니라 천공이 움직였나 보다. 

내 유년의 달은 거기 그대로 있는데, 내 발걸음이 조금

무성한 싸리나무들 대나무들 훤칠하게 신음하는 그 

속으로 비틀거렸나 보다. 일단, 거기서 살아 있어라. 달이 속삭인다. 너, 살아있어라. 가장 은밀한 대나무 속 윤기로 가득한 길, 

어머니의 집, 세상 가장 뜨거운 살점을 몽글몽글 뱉어내는 

꿈 속의 길. 

나는 아직 집을 찾지 못했어. 저 달이 바로 내 정수리 위에 떠있는데. 사람들이 형체를 잃고,

푸른 밤안개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는데. 달은 어느새 내 유년기를 함께 뛰어다녔던 

어느 창녀의 딸을 닮아있다. 너도 그때 달이었나? 초췌하게 코 묻은 작은 얼굴이 

철조망에 걸려 찢어지던. 네가 손바닥을 펼치면

먼 바다로부터 온 조개껍질이 분홍빛으로 달그락거렸지. 분홍빛 쥐약으로

길고양이들을 잡았지.

달빛. 검은 담장 한구석에서 봉긋 피오르던 

애호박 스물스물 청록빛이 연한 노랑빛깔로 썩어갈 때

나도 길을 건넜다. 달은 익사체로 

익사체의 표정으로 내 위에 떠있다. 그만 흘러가버리지 않고. 나는 신문을 읽고서야

오늘밤 달이 내 방 안에서 살해당한 것을 알았다. 내 방은 도도히 흘러가는

이국의 강물 안에 푹 잠겨 있었다. 

투명한 달을 닦고 있던 사람이 

내 방 안에 숨어 있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10-13 13:07:09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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