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린 시옷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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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붉은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394회 작성일 20-10-19 22:00본문
여린 시옷ㅿ / 김 재 숙
더는 감당할 수 없는 깊이가 되었을 때
너는 여린 시옷이 되었다
이제 낱자의 값조차 사라진 ㅿ
시옷 보다 더 여린 마음의 울림이 분명 존재하던
하지만
살짝 얽은 얼굴 어딘가 후미져 보이는
아재 혹은 아낙이 되어
가실 부섴 메사리* 속으로 스며든 너
차라리
바늘로 변한 입술 퇴화시킨 날개의 매미목*
이었으면 어떨까!
밟히면 비비적대고 누추함을 변명하고
진딧물처럼 인생의 꺼풀에 붙어 가는
사표를 던졌다
30년 버틴 악착같던 도량을 버리고
소매 끝 실밥을 떼어내듯
홀홀한 저녁을 걸어
마루 끝 텅 빈 울음에 걸터앉으니
단배추 이파리 진딧물이 배를 불리고 있네
흘깃 쏘아보던 가슴에서
너처럼 나도
두서없는 깊이로 와르르 무너진다.
*ㅿ이 ㅅ으로 합류 된 경상일부지역의 방언
*곤충강의 한 목.
댓글목록
EKangCherl님의 댓글
EKangCher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야..
대단한 수작입니다..
참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읽는 내내 이 시는 훌륭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날건달님의 댓글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5년 전 대학병원 입사 시험에 합격했을 때 선친께서 저보다 더 기뻐해 주셨는데 무심한 세월은 왜 그리도 빨리 흘러가는지, 저도 이제 여린 시옷처럼 후미져 보이는 아재가 다 되었네요. 머물다 갑니다. 시인님!
붉은선님의 댓글
붉은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두분 시인님 들러봐 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 가을 모든 이에게 추억과 낭만의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