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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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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종이비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63회 작성일 20-12-0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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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끝나고

울타리가 철거된 포도밭 사이를

두근두근 살피면


있죠

그 향기 그 몸짓

여전히 탐스럽고 검은


빈 속을 훅 뒤집던 어느 때 밥 내음 같이

비명으로 내밀어지는 손


머리보다 손이 가까운 건

달고 흥건하게 빨려드는 블랙홀

혼자, 혹은 둘 아무 상관없는

어쩌면 그건 원초의 예정


바람이 천둥소리로 침을 삼켜요


모르는 내 발자국이에요

포도는 오래전부터 이미 포도였을 뿐


세월은 나날이 눈을 씻겨 주지만

언제나

몸의 기억은 네발 짐승


포도밭 너머 아스라이 첨탑 위에

십자가

새도 별도 옷 속으로 더워지는 늦바람 여름도


해맑게 마주 앉아 눈을 삼키는

검은 과즙 같은 검은 눈동자


아무도 없는

늦여름 포도밭 숨 막히게 재촉하는

달디단 그 냄새


벗기지 않고도 한 입

껍질 채 여름이 삼켜지던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12-07 16:35:44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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