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을 만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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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521회 작성일 20-12-05 12:15본문
물엿과 소주와 사이다를 섞어 중불로 끓이면
헐거운 공기 방울들이 치솟으며 왱왱 울어댄다
콩가루 찹쌀가루 고춧가루 적당히 섞어 버무린다
때론 섞이기 싫어 다라이 밖으로 도망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어머니의 손아귀에 달렸다
나는 레시피를 하나하나 받아 적었지만
결국 그 손맛은 받아 적을 수 없었다
지금
차가운 밭에서부터 따라온 성질을 죽이느라
찬바람 드는 창문 밑에 누운 저 섞인 몸들,
첫날밤처럼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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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날건달님의 댓글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신선 코너에서 연어살을 사서 조미 간장, 맛술, 대파, 다시마, 설탕, 레몬 등을 넣고 끓여 간장 물을 만들어 식힌 다음 유리병 안에 연어살을 넣고 양파와 간 마늘을 두른 다음 다시 간장 물을 붓고 연어 장을 만들어봤습니다. 냉장실 신선칸 글라스 안에는 저의 손끝에서 태어난 연어 떼 수천 마리가 회유하고 있습니다. 좋은 시 잘 감상하였습니다. 평온한 토요일 밤 되시길 바랍니다.
너덜길님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제 어머니와 함께 고추장을 만들다가
이것도 시가 될까 궁싯거리다가 써봤는데,
좀 부족한 맛이 느껴집니다.
시가 아무리 맛있다한들 어머니의 손맛만 할까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날건달님의 댓글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아무렴요. 어머니 손맛에 어찌 닿을까요. 시를 읽으면서 4연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저의 눈에도 저들이 차가운 밭에서부터 따라온 성질을 죽이기 위해 찬바람 드는 창문 밑에서 몸을 섞고 있는 것은 더 깊은 장맛을 우려내기 위해 우리가 잠든 새벽까지 숙고하고 인내하는 모습이 아닌가싶습니다만, 짧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시입니다. 고맙습니다.
너덜길님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러네요.
시보다 감상이 더 그윽합니다.
좋은 휴일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