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도의 꿈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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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98회 작성일 20-12-17 14:46본문
어린 새끼 고양이의 목젓은 갸르르르
낡은 석유 난로의 불꽃은 푸르르르
양은 주전자의 보리 오차는 화르르르
한기를 걸러내는 얇고 성긴 화음들이 너울을 겹치며 퍼뜨리는 운무에 휩싸인다. 0도의 여백을 만드느라 베어진 구름을 헤아리려고 동백은 피고, 띄엄 띄엄, 온기의 활자들은 한 줄, 두 줄... 주먹시도 길어 말줄임표가 되어가는데 새들은 맨발로 처녀설을 밟는다. 가끔 짙은 어둠에 베껴진 귀신이 생이 참 따뜻했던 자취 같아 성에에 쓰여진 이름처럼 시린 창밖이 한 획씩 보인다. 뚜레를 끊은 소가 눈 덮인 들판에 섰는데 꼬리뼈를 간신히 비낀 발자국이 툭 떨어지고 툭 떨어지고, 소는 발자국에 쫓겨 더욱더 멀리 도망을 치고, 저수지가 가로막아 우뚝 서보니 던지는 이도 지쳤는지, 한 발자국도 발밑에 날아 들지 않고, 소는 가만히 주저 앉아 눈을 핥아 먹는다. 스르르 잠이 와서 잠이 들면 당도하는 꿈속이 있다고 들었다. 몸이라는 전차가 털털 거리며 끝내 찾아오는 꿈속, 우린 잠깐 꿈을 꾸었던 것이 아니라, 잠깐, 아주 잠깐 잠을 깨었던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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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록님의 댓글
오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잘 감상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