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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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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종이비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16회 작성일 20-12-1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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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와요 






서있는 꽃이 있었네 

고상한 은유나 상징이면 뭐든 좋겠네 

숫말이든 가을 텃밭에 시든 풋고추이든 몇 남은 

여름 잎으로 초조한 가을의 몸을 가린 


이름이 몸을 끄덕이네 몸이 이름을 부르네 


투명한 맨발을 들어 풀밭 위 초록 빗소리를 듣네 

식은 듯 허물어진 아궁이 안쪽으로 자욱히 

일어서는 연기 


흰 눈발 속 나신으로 질주하는 산수유 

붉은 열매는 

불꽃을 숨긴 처음 봄날의 고백 


알았지만 아는 게 아녔네 


아쉽다는 건 

이미 절정을 품었다는 것 


엘리베이터는 10층 밖에 못 가고 

그녀는 11층에 사네 


구름도 없이 

낮달의 길고 긴 커튼도 없이 

그녀는 누워 아무 소리 없이 


올라와요 

올라와요 


불붙은 몸 위로 

두 해 전 꺼져버린 원초의 밀랍 심지 

속삭이네 

퍼렇게 두 눈을 뜬 체 두 입 가득 

울컥이네 


가만히 검은 씨앗을 삼키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12-22 18:31:12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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