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정원 > 우수창작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우수창작시

  • HOME
  • 창작의 향기
  • 우수창작시

     (관리자 전용)

☞ 舊. 우수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창작의향기 게시판에 올라온 미등단작가의 작품중에서 선정되며,

 월단위 우수작 및 연말 시마을문학상 선정대상이 됩니다

우수 창작시 등록을 원하지 않는 경우 '창작의 향기' 운영자에게 쪽지를 주세요^^

(우수 창작시에 옮겨진 작품도 퇴고 및 수정이 가능합니다)


타인의 정원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593회 작성일 21-02-22 04:04

본문

타인의 정원

 

 

당신이 정원을 파헤치고 있다

 

헤진 모포의 냄새를 맡는다

 

액자 속에 담긴 장면 같아 우리의 모든 노동이 예정되어 있었고 아무런 대가도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에 사로잡혔지 떠올릴 때면 이미 액자를 기울이고 있었어

 

우리는 모두 언젠가 도구였고

이용당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웃을 수 있었지

 

타는 냄새가 났고

 

당신은 새벽동안 혼절을 반복하다가 처음으로 마주한 조명 속에서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았어, 퀭한 눈빛으로 그렇게 말했다

 

불이 지나간 자리치고는 유달리 흙이 젖어있었다

 

하루는 당신을 믿어보려 했지만

 

한때의 눈부심이 당신을 지탱하고 있었고

 

나는 분명 약해지고 있다

 

정물을 바라보는 표정은 참담했어 생활은 우리를 잠식하고 있었고 불은 화가를 태우지 않았다 우리는 과녁을 향하는 화살처럼, 역할극의 정해진 결말을 향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우리는 어쩌면 진지하지 않지

굴러가는 사과에게 죄라고 이름 붙이는 일처럼

 

어떤 지하는 점성을 지녔고

 

거미를 기다리는 사람의 마지막을 받아들이며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다

 

불신이 우리를 도구로 만들었지 서명이 새겨지고 우리는 목각인형처럼 관절을 움직였어 입술을 떼면 관중들이 귀를 막았어 새어나오는 음성이 저속했나 보지 또 어디선가 누군가 焚身하고 있고

 

보란 듯이 용서하겠다

아주 가끔 졸음을 참을 수 없었지만

 

오늘의 아름다운 재 속에서 무자비한 천사의 속눈썹을 발견하는군

 

그가 순례자들을 잡아먹었을 것이라고

 

당신은 무심히 중얼거렸다

 

화재는 모든 것을 불사르고

 

이제 아무것도 구별할 수 없게 되었지만

 

당신은 불의 한가운데에 서서

 

처음 보는 미소를 지으며 재를 마시고 있었다

 

 

* 신은 오늘도 무정하구나 당신은 창작자의 마음으로 멀리 떨어져 우리를 사랑한다며 설득하고 있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1-03-02 09:03:08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추천0

댓글목록

창동교님의 댓글

profile_image 창동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의 시를 오래토록 기다렸습니다..
가끔이나마 아직은 현대시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시려고 오시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기혁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창동교님 감사합니다,,
제가 현대시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라면,, 이미 뭐라도 되어있었겠죠 ㅎㅎㅎ,,
과찬 감사합니닷,, 요새는 시도 잘 안씁니다만, 그냥 쓰고 싶을 때가 또 생기네여
쓰기를 반복하면 어제보다는 좋은 시가 나올 가능성도 높아지니까
수명이 한 300년만 되면 랭보도 반성할만한 시를 쓸 것 같은데,, 수명이 짧아서 참 아쉽네여
무엇보다 랭보는 이미 청소년 때 저보다는 훨씬 잘 썼는데 말이죠 ㅎㅎ,,

Total 32건 1 페이지
우수창작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32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3 1 07-11
31
3 댓글+ 3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4 0 12-23
30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63 0 10-23
29
굴착의 영원 댓글+ 3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6 0 12-27
28
낙타 댓글+ 1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4 0 12-12
27
이명의 서사 댓글+ 2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2 0 12-29
26
언어의 바다 댓글+ 5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3 0 12-12
25
하품 댓글+ 1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7 0 01-03
24
비 내리는 날 댓글+ 2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6 0 05-19
23
아령 댓글+ 4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1 0 01-10
22
댓글+ 3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17 0 05-26
21
알록달록 댓글+ 5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1 0 01-11
20
투신 댓글+ 2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8 0 08-29
19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2 0 01-10
18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6 0 09-10
17
AM 0:00 댓글+ 2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9 0 01-24
16
에피쿠로스 댓글+ 4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0 0 09-22
15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3 0 04-27
14
황룡사 댓글+ 2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4 0 09-26
13
바다이미지 댓글+ 1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8 0 12-30
12
생닭의 세계 댓글+ 10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2 0 10-01
11
단정한 좌표 댓글+ 2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6 0 03-09
10
단추의 온도 댓글+ 2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1 0 10-03
9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4 0 02-10
8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6 0 11-27
7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7 0 05-14
6
구름이미지 댓글+ 2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5 0 12-16
5
스너프 필름 댓글+ 1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4 0 04-17
4
의자 댓글+ 8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7 0 12-20
열람중
타인의 정원 댓글+ 2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4 0 02-22
2
이명 댓글+ 4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8 0 12-21
1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6 0 08-01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