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그렇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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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0건 조회 1,369회 작성일 15-12-28 11:36본문
사는 게 그렇군 /
라쿤, 갑갑한 옷장에서 너를 꺼낸다.
산 채로 살갗이 드러난 알몸 위에 너를 입는다.
마지막 한국 호랑이를 잡은 사냥꾼처럼
무소의 뿔을 자른 밀렵꾼처럼
新商으로 죽는 라쿤, 비명이 들리는 거울 앞에서
나는 호랑이처럼 포효한다.
포효해 본다.
번식의 쾌감을 위해 털을 밀어버린 우리는
단단한 성기를 드러낸 네가 필요하다.
그렇군, 라쿤 너는 아직 따뜻하게 살아있군.
우리의 적수는 우리가 유일.
너의 적은 우리의 우리.
억울한 라쿤, 나에게 업혀 세상으로 나가자.
저기 가죽이 벗겨진 어린 라쿤이
가스 배관을 타고 내려와 편의점에서 울고 있군.
새로 얻은 어미에게 죽도록 맞은 라쿤이
갈비뼈가 부러졌다고 사람들이 웅성거리는군.
고통은 빨리 잊으라네.
그렇군, 우리의 적수는 우리가 유일.
앞으로 세상은 더 추워질 거야.
그러니 라쿤, 광포한 野性으로 우리의 손목을 물어줘.
뱀처럼 너의 날가죽을 벗길 때
아무런 죄의식이 들지 않도록 손목을 물어줘.
우리의 적이 되어줘, 라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1-04 11:48:33 창작시에서 복사 됨]댓글목록
香湖님의 댓글
香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 가죽으로도 모피코트를 만드나 봅니다
모피하고는 담을 쌓아서
라쿤에게 물리지도 그 가죽을 입지도 말아야 겠네요
가뜩이나 죄의식이 없어 까맣는데
더 까매져 눈멀면 어쩌우
고향에는 안가남요?
가서 묵은 때, 바닷물에 팍팍 치대 씻어버리는 것도 괜찮은데.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특별한 계획이 아직 없는데 향호님이나 뵈러 갈까요?
안세빈님의 댓글
안세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렇쿤 라쿤! ^^ 시가 아주 젊습니다. 파닥파닥~~^^
읽는 사람에겐 쉬울지라도
요렇게 적는 시가 사실 더 어렵다는..
멋지네요.
2015년 시마을에서 나! 자두야~~크게 외치고
창작방을 자두밭으로
만들어버리신 고현로님! 2016년 아자 아자 자두야~~~~~아~~~
좋은 시 늘 기대합니다.^^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이쿠...젊기...쿨럭쿨럭..는요. 아이고 허리, 머리야...쿨럭쿨럭...
감기...아니다. 안세빈님은 술 좋아하니 간기 조심하세요. ㅋㅋ
무의(無疑)님의 댓글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라쿤과 아이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네요.
우리는 바라보는데 익숙하지만
바라보는 나를 바라보지 않는데도 익숙하지요.
우리라는 익명성 맨 앞줄에 서 있는
저 사람,
어디서 본 듯도 해서
그 사람을 보면서 수염을 다듬데도 익숙하고...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많이 부족한 인간일 뿐이지만 가끔 인간이라는 게 싫어질 정도의 뉴스를
보면 스스로 환멸감이 들곤 하죠. 내 알바 아니다라고 할 때의 자괴감이란 진짜...
라쿤의 털을 떼고 외출했습니다. 이미 죽은 거, 이미 파는 거로 쌩쇼 gr이다 할지 몰라도
길가는 이 누구 하나 저런 옷 괜찮다 할까 봐 부끄럽대요.
(모델이 영 아니라 기우이겠지만 옷만 보고서라도 그럴까 봐서요)
진중한 사유가 부족해서 대상을 희화화 한 것은 아닌지 심히 부끄럽습니다.
건필하십시오, 무의님...
Sunny님의 댓글
Sunny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으의~~~리
ㅎ묵언 수행 끝나셨나봅니다 ~^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묵언 몸살감기 억지수행 끝나갑니다. 오로지 민간요법으로 한약, 양약을 거부했습니다.
소주와 고춧가루로만 발열 치료하느냐고 이젠 간기가 왔습니다. 쿨럭쿨럭...으....으리
글터님의 댓글
글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라쿤=가죽 옷? 라쿤=어린 라쿤? 모피 옷이 새로운 상품으로 죽는 순간, 그는 따듯하게 살아 있는 존재로 바뀌나 봅니다.
동물의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인간이라는 적수, 그 죄의식 조차 못느끼는 인간이라는 적수, 동물이라는 네가 인간들의
손목을 물어서 죄의식을 느끼도록 너는 인간의 적수가 되어줘...(반어법으로 표현된 것을 느낀대로 써본 것임)...동물 애호가의 詩인 것 같습니다. 제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잘 모르겠군요. 정말 수준 높은 詩라고 생각됩니다. 내공이 정말 대단하십니다. ㅎ^^
글터님의 댓글의 댓글
글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 라쿤의 삶이 우리들의 삶인가요? 그래서 우리의 적수는 우리가 유일하다? 그래서 사는 게 그렇군? 오우~어렵습니다.
2번의 비유를 쓰시다니...정말 대단한 내공이십니다. 저는 언제 이런 시를 써보나요. 에궁~푸념해 봅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