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한가운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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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뻐꾸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600회 작성일 21-03-10 09:51본문
밤의 한가운데서
오래된 책 속에서
막 구워낸 마늘빵의 온기가 만져질 때
냉장고에서 꺼낸 치즈가
무너진 신전에서 발굴한 예언서나 조각난 운명처럼 느껴질 때
웃음을 올려놓았던 식탁이
외로움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슬며시 절망을 곁눈질할 때
해학과 상징만 남은 가면이
혁명에 대한 미련으로 혼자 달아오를 때
쓰러진 빈 술병에서
오래 전 노래가 뱀처럼 머리를 내밀 때
냄새 나는 양말 한 짝이 구겨진 눈으로
일상의 부재를 꿰뚫어볼 때
멀리서 다가오는 발자국소리가
내일인지 어제인지 알 순 없어도
먹먹한 가슴을 뚫고
거부할 수 없는 의미가 될 수만 있다면
고추장에 머리 박은 마른 멸치가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의 빛나는 증거가 될 수만 있다면
자신을 끌어안고 어둠을 건너가는 밤은
영원한 어둠 속을 헤매어도 좋으리.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1-03-18 13:07:24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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