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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을 따라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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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06회 작성일 22-03-09 01:43

본문


해변을 따라가는 길 



매화가 여기 저기 만발하였다. 


그늘에 잠긴 길이 보랏빛으로 환하다.


파도가 흰 포말들로 부서지는 것이 아직은 차가운 겨울 깨진 조개껍질들이 수평선의 거울을 긁으며 굴러온다. 가지에 매달린 매화들이 가만히 흔들린다. 너를 허공에 매단 탯줄 속 봄의 소리가 흘러가는 풍경. 눈 안 가득 다가오는, 


내 유년의 바깥은 바다. 지금 내 옷자락을 적시는 청록빛은 각혈의 흔적. 수평선 멀리까지 


예리한 길을 좇아나가다 보면 얼굴 가린 배 한 척이 


난파하고 있다. 보일 듯 말 듯 멀리서 매화 한 송이, 


가라앉는 갑판 위에서 내게 손을 흔들고 있다. 은빛 비늘 흩뿌리며 익사하고 싶다. 


매화 껍질을 뒤집어쓴 너는 


검은 자궁 속에서 뒤척인다. 치통을 앓는 연록빛 봄잎이 


검은 자궁 속으로 번져가듯이, 


해변을 따라가는 길 위에 녹음이 그려놓은 황홀한 순간들. 힘차게 펄럭이는 메스로 


자궁벽을 가른다. 봄숲이 터져나온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2-03-11 17:46:22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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