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으로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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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72회 작성일 22-03-29 21:34본문
토성으로 가요
하늘시
화성에서 눈이 내려 오고
금성에서 비가 올라 올 때
눈과 비는 검은 머리와 파 뿌리가 없어 스파크한 남자
와 스피커한 여자를
지구로 떠내려 보냈다
말이 안 되는 헛소리
와 말이 되는 잔소리는 평평한 주름살을 인연으로 당겨
끊을 수 없는 문맥들을 쌓아
어느 지구별에 말무덤을 세웠다
집을 떠나면 수다를 셋팅해 놓은 테이플이
북한강 상류를 업고 한 침대로 나란히 누워 붉은 베이지 누빈 이불을 덥고
신혼에 젖어 있다
중류로 갈 수록 주변머리가 풀어진 물비늘의 쪽배를 탄 물안개가
무미건조한 감정을 배열하고
멀뚱멀뚱 쳐다보는 카페라떼를 빙 빙
돌리는 빨대 끝에는
거품을 문 침묵들이 둥 둥 떠다니고
눈과 비는 무덤을 가르고 배회하던 비언어적 소리들을 설계하여
강 하류 완만한 기울기에 토성을 건축한다
겨우 말무덤 하나를 헐어 놓은 각설탕이
달달했던 추억을 낚아보려고
티스푼 모가지를 안고 뜨거운 애정행각을 쏟아 내 보지만
참고 살라는 상책과
참고 하라는 비책을
벽돌같이 굳게 세우고
담쟁이는
얼키고 설킨 정을 줄줄히 달고 권태기를 넘어간다
각 방 밖, 눈 비 내리는 토성에는 여전히 된장찌개가 끊고
금잔화 다정한 앞뜰에는 잔디 수북한 정나미가 돋아나고
우리는, 그저
가고 있어요
댓글목록
종이비누님의 댓글
종이비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언어의 스펙트럼이 참 넓고 다채롭습니다
상상력과 기억력...좋은 기분을 던져 주네요..ㅎㅎ
각 방 밖?..ㅎㅎ
하늘시님의 댓글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권태기는 삶의 참고용으로 가져 가는게
정석인듯 싶어요 ㅎㅎ
좋은 걸음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