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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20회 작성일 22-04-05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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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나 죽어 흙으로 돌아가면 한 줌 토공(土공)으로 뭉쳐 세상 밖으로 던져다오

너를 따라 돌며 너를 바다처럼 당기고 밀며 

달맞이 꽃이 되어 저문 들판에 서성이는 너를 꽃 피우고 싶어

해는 백주에도 너를 깜깜하게 하는데

나는 달이라 깜깜한 밤에도 너를 밝힐 수 있을 것 같아

살아서 네게 입은 상처들은 분화구가 되고

살아서 너를 바라보던 눈빛이 달빛이 되고

차마 네게 보여줄 수 없었던 마음이 뒷면이 되었으면 좋겠어


대보름날, 내 집이라며 지어놓고 불을 당기는 사람아

그 뜨거운 아랫묵에 잠시라도 앉아 당신이 던진 속옷을 태우며

당신 액땜이나 해주고 자잘한 소원이라도 들어 주고 싶어

나 죽어 흙으로 돌아가거든, 

당신 고운 손으로 둥글게 뭉쳐 세상 밖으로 던져 주오.

오로지 당신만 볼 수 있는 반딧불이처럼 작은 달이 되어

잠못드는 밤

당신의 젖은 뺨위에라도 떠오르고 싶어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2-04-06 08:25:20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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