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산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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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23회 작성일 22-04-06 23:05본문
목련
하늘시
먼지 낀 창털의 배꼽까지 다 털어내야 하는 *총채적
난국 속에서도
겨울 복도 끝, 청소함 마포 걸레처럼
버르장머리가 풀린 봄이 오고
영준이 책가방 안에는 공부를 대충 끓여 먹는 컵라면과
500원짜리 오락실이 만료 싯점을 알 수 없는 셋방살이를 하고 있다
체육 시간 준비물이 배드민턴 이라고 적힌 그 날만은 벌청소를 하지 않는다
하교 후,
영준이와 치킨 한 마리 걸고 내기 배드민턴을 치는데,
라켓같은 닭다리 하나씩 쥐고서 팽팽한 신경전을 물어 뜯는다
팽,
닭다리 받고 닭 날개
팽 팽,
닭 날개 받고 닭 모가지
패앵 팽,
닭 모가지 비틀고 닭 가슴살 .....,
일념과 이념의 닭발이 공원의 흙바닥을 파닥거리며
봄의 등 줄기를 후려친다
셔틀콕이 봄 바람에 콕 콕 박힌다
땀이 만발하는 영준이의 볼대기가
집념의 불꽃으로 뜨겁게 달궈져 태양의 엔진을 돌리자
슈
우
욱
목련 나무 위 어딘가로 날아가 버린 한 마리, 어 어 어
점수를 메기던 구름이 닭 쫓던 개처럼 멍 때리는 난국으로 네트를 거두고
치킨을 통째로 삼킨 목련은 식곤증에 하품만 연신 쏟아내고
배고픈 책가방은 목련나무 그늘아래 앉아 컵라면을 뿌셔 먹는다
수색 대원 다 모여라
둥나무 길게 호루라기를 불자
벚꽃, 진달래는 왼쪽을 흔들고 철쭉, 개나리는 오른쪽을 밀며 집중 공략을 해 보았지만
목련나무는 꼭 꼭 숨겨 놓은 치킨을 내 놓지 않고
민들레, 제비 발가락을 간지럽히고 비쩍 마른 플라타너스는 갈빗대를 뽑아 위협했지만
무산 될 위기앞에 무릅을 꿇는, 급기야
급기야 부르면 달려오는
오락실도 오고 컵 라면도 오고 치킨 집 배달 오토바이도 오고 알바생도 오고 사장님도 오시고
우리는 할 만큼 하고
목련은 하품만 하고
휘어지도록 흔들려도 옴짝달싹 하지 않는 엉큼한 심보
한마리 혼다서 다 먹어 치우려는
저 하얀 속셈
목련은 왜 하필 저 모양새로 생겨 가지고
투덜대는 영준이 귓볼 밑으로 꼬질한 목련 송글 돋아 나
컵라면이 영준이를 꼬드겨 오락실로 가자 하는데
셔틀콕 치킨 어디에 숨었나
영준이 꿈 어디 쯤 닿아 있나
안배 된 네트의 그물망 안으로 속절없이 분침이 돌아가고
꽃들의 반란이 수그러들기 시작 할 무렵
목련의 그늘아래 치킨 껍데기 누렇게 떨어 져
봄을 파 묻어 버리려고 할
그 때
꽃 다 떨어 진 가지 끝,
앙 다문 불멸의 한 마리 셔틀 꽃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시사철 죽지 않을
저토록 하얀 분칠
그날 이후 영준이는
가장 놓은 왕좌에 앉아 콕 콕 핀 목련을 하얀 이빨의 언어도 되새김질 하며
벌청소의 달인으로 등극했다
컵 라면이 마포 컬레를 들고 오락실로 틔기도 하지만 가끔,
나는 더 이상
책가방을 수색하여 컵 라면과 오락실을 죽이고
잔소리를 살려놓는 횟수를 줄이기고 다짐하고
살가슴 한, 장씩 한, 장씩 찢어
목련죽을 끓여 낸다
언젠가
부글부글한 거품 걷어지고 보글보글 눈부시게 피어 날 나의 셔틀을 위해.....,
벌 청소는 원기를 보충해야 총채난국을 다스릴 수 있다는 명언을
기록하기 위해
나비보다 톡 쏘는 벌침을 맞고 쓰러지겠다는
남은 봄꽃 소란스레 잔소리를 해댄다
*총채 : 먼지를 털어 낼 때 쓰이는 도구
댓글목록
tang님의 댓글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체화된 지구 의지로 형상화 된 얼의 구획성에 도전했네요
얼의 신경적 있음에 매몰되어 자연 의지와 교리의 높음을 나꿔채려 하나 봅니다
열적 환희를 놓쳤네요
얼에도 환락적 요소만 가득하여 열락적 숭고함에 배치되는 얼 중심을 겉돌고 있네요
열적 가늠으로 된 존재 있음은 살만 합니다
하늘시님의 댓글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무슨 말씀인지는 모르오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구획성이 놓친 교리의 숭고함에
목련은 밤이 깊을수록 환하게 피겠네요
강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