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옷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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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329회 작성일 22-04-07 00:17본문
지옷토
그 집의 벽은 문이 하나밖에 없었다. 막다른 구석에서 새까만 주석(朱錫)공을 굴리고 있었다. 창문이 없는 막다른 방까지 수많은 복도들이 몰려가는 데에는 몇 분 걸리지 않았다. 사방 벽에 가로막혀 질식하는 빈 테이블 하나 그 위에서 불안하게 깜박이는 촛불이 하나 놓여있을 뿐이었다.
문이 문을 잡아먹었다.
벽이 벽을 허물어뜨렸다.
나는 문이 문을 잡아먹고 벽이 벽을 허물어뜨리는 그 어지러운 속을 지나
좁은 방으로 나아갔다.
내 앞에서 길이 자꾸 쓰러졌다.
장식 없는 벽에 걸린 액자 안에는
먹음직스럽게 잘린 생고기가 갈고리에 거꾸로 걸려
선혈을 뚝뚝 듣고 있었다.
벽 안에는 어느 소녀의 은밀한 방이 있었다.
그 방에서는 임신한 암소의 도축이
행해지고 있었다.
적출된 자궁이 날개를 달고
기인 복도 위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보석으로 장식된 왕좌가
끊어진 내장을 길게 흘리며 함께 떠다니고 있었다.
윙윙하고 기계가 공회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 망막 위에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난쟁이들이 그 균열 위에 석탑을 높이 쌓아올리고 있었다.
저택의 160개 문들 중 하나가 어디선가 닫히자
천장 위에 갇힌
쥐떼들이 날뛰기 시작했다.
댓글목록
이장희님의 댓글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신춘문예 당선작을 보는 듯한 시였습니다.
좋은 시 감상했는데 난 드릴게 없네요.ㅠㅠ
좋은 시 공짜로 감상하는 거 행복입니다.
감사합니다
[문이 문을 잡아먹는다] 표현이 자꾸 머릿 속에 남아 있네요.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코렐리 시인님.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tang님의 댓글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구의 힘이 형상이 되어 얼 심이 되어 가나 봅니다
역동성이 만드는 용력이 순수의 형용하는 힘을 어르며 다가서 보는 것도
얼 체위에 도움될 듯 합니다
가짐이 어르는 저면의 용력이 순결과 순수로 다가서기 위한 준비가
영적 마력 한도가 치장되어 미흡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애의 갈구가 신적 부름을 넘어서며 생명을 이름하도록 처참 잔혹 처연함을 넘어서 좋습니다
다 좋은데 우선 창작성을 찾을 수 없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낭카로운 말씀 감사합니다. 늘 생각할 거리를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