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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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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69회 작성일 22-04-12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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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어제는 달빛 안에 앉아 있었다. 


달팽이 한 마리가 내 소매 안으로 기어 들어왔다.


달팽이 껍데기에는 이른 추위와 

익사해 떠오른 어느 여자의 피부가 묻은 것과 

영롱하게 반짝이는 무엇인가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달팽이는 아주 머언 곳으로부터 기어 왔을 것이다. 어쩌면 검은 바다 위에 조용히 떠 있을

북극의 빙산 속으로부터 온 것일 지도 모른다. 

꿈틀거리는 갖가지 색채 기형의 플랑크톤으로 가득한 

소름 끼치는 투명함. 

달팽이는 점액질 묻은 

더듬이를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점액질 묻은 길, 그것은 

내 세포 안에까지 뻗어 있다. 지나가는 유년의 내 기억 하나 하나가 

쓰디 쓴 즙을 낸다. 달빛은 

투명한 껍질같은 것을 뒤집어썼다. 방금 청록빛 해초로 부끄런 데를 가린 여자아이 하나가 

바다로 뛰어들었다. 흩어지는 무수한 파도의 파편 하나 하나가 

내 통각을 친다. 새하얀 그 여자아이는 어제 오후 

해변으로 밀려왔었다. 아니면 그 여자아이는 

청록빛 풍선으로 부풀어오르다가 부풀어오르다가 

폭발하고 말았던가. 손가락 사이에서 

가시 철망에 찢긴 기차 하나가

북극을 향해 떠나간다.  


찢어진 옷조각들 하나 하나가          

희미하게 빛나는 등나무꽃들로 살랑이고 

있는 밤. 허물어지고 있는 페르골라가 

세찬 바닷바람이 더 많은 꽃들을

바다 저편으로부터 몰아오고 있는 밤. 

달팽이는 내 옷소매 더 깊이 

상처 안으로 기어들어가고 

내가 뒤척이는 대신

달빛이 뒤척이는 소리 저 높이서 들려온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2-04-16 08:30:34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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