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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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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0회 작성일 22-04-22 00:09

본문

너를 만났다

 

 

가시덤불에 찢겨나간 수많은 아킬레스건이 너의 망막 속으로 천천히 길을 낸다

 

거대한 폭포수 쏟아지는 주상절리의 수억만 년 전 그 아득한 길목으로 날 선 칼날의 생의 기울기가 백내장으로 몸부림치는 너의 유리체를 잘라낸다

 

너를 만나기 위해 더듬거리며 포복한 숱한 백태 낀 나날들

 

마리아나 해구의 시퍼런 모래펄 바닥으로 칼날을 번뜩이며 갈앉은 산산조각 난 폐선의 기도 속으로 샛파랗게 질린 해구의 등뼈를 물고 익사한 소녀의 잘려나간 아가미에서 저승을 다녀온 내 어머니의 숨비소리가 포말을 일으키며 재재바르게 부글거린다

 

내 심장이 주체할 수 없는 압력의 파동을 따라 청색혈이 출렁거리는 정맥의 굴레 속으로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간다

 

주삿바늘이 찡그린 내 의식의 지느러미를 소환하고 정지된 무호흡의 까마득한 시간 속으로 송곳니 같은 최후의 발자국을 남기고 침묵으로 고여들었다

 

중력을 상실한 무중력의 날갯짓이 포효하는 길섶에서 파닥거리는 코스모스의 멍울 속으로 자그락자그락 울려 퍼지는 갯돌의 언어들

 

속삭이듯 웅웅거리는 쇳소리의 파열음을 따라 내 어머니의 얼굴이 백파를 일으키며 철썩거린다

 

처음 본 이상한 바다에서 뿌리가 잘려나간 파도의 아킬레스건이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서쪽 하늘로 서쪽 하늘로 쭉쭉 뻗어나간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2-05-01 09:20:59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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