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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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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3회 작성일 22-04-29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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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주자



나를 연다  


꼭꼭 닫아둔 

그것도 모자라서 

열쇠까지 채워둔 서랍 같은 

나를 연다 


서랍 속에는 날짜도 불분명한 

유통기간이 만료된 스탬프 머니처럼

얼굴이 변색된 메모지들 

초심은 오래되고 낡은 종이만큼 

기미와 주름살로 동동거리고

아랫목의 메주처럼 누렇게 

뜨고 있었다 


빛바랜 종이들을 얼굴에 대어본다

비벼도 보고 냄새도 맡는다

저 쿰쿰한 아랫목의 냄새가

허기진 문장들을 읽는다


산화된 직사광선과 습기를 따라 

수천만 리를 돌아온 연어처럼 

남대천의 계류를 거슬러

서랍 속을 뒤적인다


발버둥을 쳐보지만 조여 오는 올무처럼 

서랍 속에 나는 이름조차 낯선

수인이었다


서랍 속에 갇힌 빠삐용이 여기 있다


"이 자식들아 나 여기 있다" 

탈옥을 꿈꾸는


깨끗이 비워진 빈 서랍을 열어 본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2-05-01 09:22:55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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