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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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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32회 작성일 22-04-30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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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기러기떼가 종종걸음으로 저물녘을 오른다 


서쪽하늘로 거미가 기웃거리면 

제철소의 용광로처럼 펄펄 끓어오르던 쇳물 같은 태양도 

한낮의 축 쳐진 빨랫줄처럼 바지랑대를 기억하며 

탄성을 잃어버린 산그림자처럼 논두렁의 옆구리에 

늘어져 눕는다 


칼날 같은 지난겨울의 오그라든 추위처럼

모래시계의 꼭짓점이 아래위가 바뀌면 

계절과 계절, 성에와 새순의 거리만큼

그 환승의 틈바구니에서

시퍼렇게 날 선 히스테리도 무뎌진다 


봄날의 들판은 불바다였다 

내일 아침일도 걱정해야 하는 촌부의 숟가락이 

논두렁태우기에 여념이 없다 

잡풀들이 해충의 비명들로 사라져 간다  


사라진다는 것은 사그라든다는 것일까 

사그라든다는 것은 꽃잎이 지는 것일까 

꽃잎이 지는 것은 불살라버린 탓일까


두렁에 주저앉은 촌부의 그을린 등 뒤로 

벌겋게 솟은 아버지의 장미가시처럼

상처가 덧난 모서리, 

검붉게 달아오른 그 자리에 피우다만  

주머니에 넣은 담배꽁초가 

저녁연기로 스멀스멀 사라져 간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2-05-01 17:23:33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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