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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퍼를 고쳐 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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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25회 작성일 22-05-08 16:36

본문

슬리퍼를 고쳐 매다

​                  하늘시

석양을 지펴 놓은 저녁 골목길에

그늘을 불려 어둠을 끓일 때

내일 아침 해는 고들할까 질퍽할까

어둠과 그늘이 뒤섞이면 

핏물이 눈물에 용해되어 시신경의 창가에 울음 한 방울 비치고 말거라는


비는 ​줄기의 끝단을 잡고 매달리는

대지의 가슴에 줄기차게 못 박을 때

어떤 환희의 물방울을 감동시키지

젖는다는 것의 의미를 모르는

오랜 슬픔을 벗어 난 저수지는

인연이 닫지 못하게

만연한 그리움을 가두어 놓지

바람의 멍에를 짊어 진

모든 흔들리는 것들을 푹 찔러넣은 호주머니는

몇알의 동전을 거머 쥔 손톱을 물어 뜯으며

멍 때리는 눈알에 박힌 우산의 레코드를 돌린다

질문없는 대답에 질 질 끌리며

나를 당기는 느낌표는 무엇일까

아픈 골목길 쿨럭거리는 기침을 다독이며

고독한 돌담 동그랗게 끌어안은 수국들이

흙탕물을 우려 슬리퍼를 끓인다

그저, 꿀꿀 땅만 보일 때

신발 끈 고쳐매라는 아버지가 하늘과 땅의 짝짝이를 바꿔 신긴다

흙수저를 내려놓은 슬리퍼가 하늘을 밟고 땅을 올려다 본다

슬리퍼의 메아리가 아버지를 신는다

질퍽질퍽 울먹이며 골목길이 따라온다

신발끈을 고쳐 맨 슬리퍼가

발바닥을 뜨겁게 지진다

 

고들한 흙탕밥에 누룽지가 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2-05-11 09:01:34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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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하늘시님의 댓글

profile_image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장 쉬운것이 타인을 충고하는것
가장 어려운 것이 자신을 아는 것

이라는 에세이를 읽은 적 있어요

올리신 시 잘 읽고 있어요 그레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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