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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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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보푸라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6회 작성일 22-05-2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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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지 



입구부터 적의 침투에 대비한 경계태세가 철옹성이다 


간단한 신체검사와 출입증명서를 제출하고서야 

바리케이드가 웅크렸던 몸을 풀었다 


면회장 한 모퉁이에서 휠체어에 의지한 노병이 아디지오로 

콘세라토를 연주하고 있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고 했던 


검은색 미러 선글라스를 쓰고 

파이프 담배를 물고 있던 입술 사이로 

휠체어가 빠르게 지나간다 


온몸 구석구석마다 화려했던 한여름밤의 전투에서 

훈장처럼 받아 들었던 잘려나간 손가락 마디마디

우듬지로 기어올라가 애벌레처럼 잠시 꿈틀거리더니

거미를 따라 뿌리 깊숙이 골수까지 파고 들어갔다 


딸은 엄마의 전생이었을까 

백발에 뽀얀, 구순을 바라보는 한 여인이 딸에게 안겨 재롱을 피운다 


엄마가 되어버린 딸의 망막 속으로 오래된 휠체어 하나 

프레스티시모로 휙 사라져 간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2-05-26 08:42:03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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