홰를 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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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241회 작성일 15-12-29 14:53본문
이포
홰치는 것만 보아도 목구멍으로 끓어오르는
콩나물 대가리
한 때 옥 속의 맑고 투명한 핵이었다가
한 모금씩 뼈에 가깝게, 또 살에 가깝게 육체로 변하였다
아직 등엔 불편한 거푸집인 날개를 세우지 못한 채
거꾸로 돌며 부리로 서서 다리를 뻗쳐 껍질 벗는 결전을 겪어야 하는
비장함만이 어미의 고행에 보답이다
껍질 벗어날 때 노란 주둥이로 콩처럼 움이 막 튀어
삐악삐악 노랗게 어미의 품속에서 바스락거릴 뿐이다
날개를 펴고 바동거려보지만 노란 다리만 아장거리다
햇볕에 솜털 비벼본다
검붉은 깃털에 붉은 볏을 꿈꾼다. 몽땅하니 덜 자란 횡포의 모양으로
풍선 부풀듯 불쑥거리다 이윽고 의기양양해져
급상승의 엘리베이터에서 내려다보이는 아장거리던 돌계단 그때의 노란 발자국들
누구든 더는 높을 수 없을 것 같은 위치에 섰다
몇 번 더 깃털이 빛나고 벼슬이 더 커지다 늘어져
눈이 가려 겁이 없어지면 때로는
세상도 돈만 하고 돈도 돈이 아니다
삐악 거리던 때를 상기하며 내려앉으려 한들
길이 사라져 가지 위에 홀로 앉아있다
바람의 방향이 수시로 바뀌는 불안한 허공
떨어질 것이란 공포에 떤다
아비가 홰치는 뜻, 가끔 낡은 깃털 빠지는 모양새에
덩그러니 대머리가 되는 공포에 떪을 연상한다
또 누군가 도전할 우듬지 미련은 남지만
추락의 추한 말로에서 내려서야 했다
몰고 다니던 저들의 뒤를 이젠 졸졸 따라 다여야 하는
초조함, 늘어진 벼슬 속에 감춘다
저 거창한 날갯짓 고작 세 치의 벼슬도 안 되는 수탉들
누군가의 비아냥거림 아랑곳없이 목청 드높은
마지막 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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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시꾼♪님의 댓글
시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포 쌤 요즘 시맛이 동치미처럼 시원하고 갈끔한 맛을 자랑합니다 결코 짧지 않은 장문의 시, 처음부터 끝가지 지겹지 않게 잘 읽었습니다
포동포동 시가 살찌는 계절인가 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이영균시인님
이포님의 댓글의 댓글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감사합니다 시꾼님.
하지만 작은 그릇에 그리 꽉차도록 꽃 수놓으시면
넘쳐서 좋아 어쩌라고요.
많이 부족한 사람입니다만 올 한 해도 저와 함께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새해도 건강하시고 변함 없으시길 빕니다.
고현로님의 댓글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상 잘 했습니다.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이포님의 댓글의 댓글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고현로 시인님 감사합니다.
저도 님의 글 항상 감명 깉게 보곤 있습니다만
좋은 글에 감이 무어라 형용할 길 없어 댓 글 따이는 엄두도 못 낸답니다.
귀한 분을 알게되어 올 한해 행복했습니다.
내년에도 함께이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건강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