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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抽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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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박정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64회 작성일 15-12-30 07:49

본문

추상(抽象)

      

 

 

 

생각하는 사람처럼 웅크려 있는 그림자, 한 해가 다가도록 장고중이다. 이젠 근심할 일이 없을거야 한마디 위로의 말에 붓 쥐고 캔버스에 쓱쓱 얼굴 하나 그려보고 해거름녘, 가까운 친구를 만나 술 한잔 마신다. 사지를 치대는 사랑타령에 밤 깊은 줄 모르고, 눈 감고 서럽도록 울어본다. 적막한 배경 너머로 노쇠한 시간이 흐른다. 길 위에 고된 상념이 잿빛 뼛가루처럼 뿌려진다.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을 추상의 파편들, 늘 그러하듯이 삐걱대는 허리춤에 블랙커피같은 어둠이 엉겨붙는다. 어김없이 차고넘치는 불면의 시간을 싣고 온기잃은 버스가 떠난다. 금새 울 안 붉은 꽃은 피었다 지고, 별똥은 보란듯이 파란지붕 위에 추락한다. 밤새 뒤척이던 새 한 마리, 눅눅한 안개를 비집고 홀가분하게 날아오른다. 고리타분하거나 때론 지루했던 추상(抽象)을 버리고 이제 모두 제자리로 돌아갈 때, 지금이다.

 

 

      

 

 

글쓴이 : 박 정 우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1-04 12:00:45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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