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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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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35회 작성일 22-07-26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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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새하얀 회벽으로 숨 쉬고 있던 등대. 시퍼런 파도가 기어오르려 애쓰는 

절벽 끝에 아슬아슬 서서 

올이 성긴 낡은 천처럼 뿌연 빛을 

바다로 던지고 있었다. 바다와 대화라도 하려는 듯

벼랑은 점점 더 높아지고 

점점 더 가늘어지고 

예리한 여름비까지 내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지난 여름

굳이 이 높은 데까지 기어 올라와

바다에 빠져 죽은 어느 금발 소녀  

멀리 레드우드숲에서 자라던 거대한 나무들을

한꺼번에 익사체들로 만든 능선

따라 희미하게 부풀어 오른 것들이 누워 


있었다. 


엘리자베스 하고 부르면 어디선가 어둠 속에서 

예 하고 대답이 들려온다는

그 테이블에 앉아 떠 오르는 포말들에 갇혀 나는 널

보았었다. 차가운 

바위 아래로 흘러 내리는

포도주 한 줄기 갈매기들이 내려앉아 

입술 대신 새하얀 날개를 적시고 다시 날아간다던


무한한 


바다. 


폐선 한 척

기울어져 얼굴 반 편을 심연 아래 감추고 있다. 

새빨간 등대는 말 없이 

피부를 벗는다. 등대 주변으로 

샛노란 야생화들이 황야를 덮기 시작한다. 

흑인 소녀 하나가 

황야를 팔 벌려 뛰어다니고 있다. 저 비는 아마 

멀리 아프리카 초원에서 오나 보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2-08-01 09:07:29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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