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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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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7회 작성일 22-08-20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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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맞았다

흠씬 두들겨 맞으면 정신을 차릴까

일부러 개판을 친 망나니처럼

그 철옹성 같은 수도 서울,

뭉치면 나랏님도 바꾼다는,

그 부자 동네 강남을 박살냈다는

그 강펀치에 머리를 드리밀고,

아나, 개값 한번 물어보자 하듯이,


다들 비를 피하고 산다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똥이나 비나 피하지 않는 풀꽃들은

밤새 비를 맞고 나면 

한 뼘씩 키가 자라길래,

더러워도 피할 수 없는 나도

원래 키만큼은 자라겠지 하며,


사는 더러움들이 무서워서

오히려 피해 다녔을텐데,

비를 좀 맞았다고 강남의 빌딩들도

한층씩 더 높아지는 것인지,


비를 맞았다

하악질하는 고양이의 등처럼

살대에 힘을 뻗쳐서 펴 바른

얇팍한 위안으로

상체만 겨우 피하던 비를

그냥 작정하고 맞았다

강남처럼 내게도 번드러러한 마음이 있거든

다 잠기고 다 떠내려 가버리라고

맨홀 뚜껑이 열려 버리라고,

무서움보다 무서운 더러움도 타지 않는

가난하고 손이 빈것들만

빈 손을 두들겨 맞아가며

쑥쑥 키가 자라는 비를

쫄쫄 맞았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2-08-21 12:20:44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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