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夏至)
페이지 정보
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52회 작성일 22-09-01 00:42본문
하지(夏至)
희미한 은하수가 어둠 속에 넓게 펼쳐진 밤이었습니다.
빛이 흘러가는 강이 메타세콰이어 잎들 속에 있었습니다.
잠 못 이루며 끙끙대는 개의 목에 쇠사슬을 묶어 놓았습니다.
샐러맨더 한 마리가 등불 아래 죽은 듯 엎드려 있습니다.
굳게 닫힌 스페인풍 집 현관 앞 문에 예리한 비늘들이 돋아 있습니다.
빈 병 안에 빙하호(氷河湖) 한 조각을 넣어 첨벙 어둠 속으로 던집니다.
빨래 바구니 속에는 어제 죽은 흑인소녀의 구겨진 육체가 진주목걸이를 쥐고 들어 있습니다.
검은 물결 차갑게 일렁이는 호수 속을 걸어 왔습니다.
물결 위를 찰랑이는 빈 보트가 내게 속삭입니다.
얼음 속에 갇힌 빙어 한 마리가 어린 잎을 내고 있는 소리입니다.
잎의 끝부터 새파랗게 창백해지고 있습니다.
잎이 꿈틀거리는 민달팽이와 소리 없는 정사를 벌입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2-09-02 12:33:47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