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등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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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식석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371회 작성일 22-09-02 11:33본문
논일도 밭일도 멀어진 나이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느티나무아래 옹기종기 모여앉아 얼굴위에 덕지덕지 달라붙는 더위를 시장사은품 플라스틱부채로 쫓아냅니다.
서울 아들이 사준 에어컨일랑은 고이 닫아놓고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내내 느티나무 아래서 지내시더니 어느새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얼굴에는 느티나무껍질이 접붙혀졌습니다.
느티나무는 파릇했던 시절의 이야기로 무성히 우거집니다.
"내가 총각일 때 별다방 그 아가씨는 내 쌍화차에다 늘 은행잎같은 하트로 모양을 낸 노란자를 하나 더 넣어 주었어."
"내가 총각일 때 낙원식당 그 아가씨는 늘 계란부침을 내 밥그릇에다 흥부 뺨 어루만지듯 살짝 얹어주었지."
태양이 수직으로 떠올라 난폭한 열기를 억수로 퍼붓고 벼의 물관이 땀으로 꽉꽉 차오르는 시간이 되면 바람나무 아래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베적삼을 입은 채 하얀그림자가 됩니다.
자식 손자 생각에 시원한수박 한통 쪼갤 용기는 없지만 이야기보따리는 풀어도 풀어도 끝이 없습니다.
8월이 가고 추석이 한달 앞으로 다가오면 일찌감치, 올지 안올지도 모를 자식 맞이에 바빠진 하얀그림자들이 하나둘씩 옅어져가기 시작합니다.
계절이 바뀌고 남풍이 북풍으로 바뀔즈음 평상위에 펼쳐졌던 이야기들은 더위에 잘려나간 바람나무 등걸이 되어 동그마니 남고 그 위로 여름내내 자지러지던 매미울음소리 하나 뚝 떨어집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2-09-03 07:55:02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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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tang님의 댓글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성찰력으로 된 성령 기운이 다가서 환희의 얼개를 생명으로만 가득 가져 내적 환희가 스스로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아름다운 성령이 다가설 차례가 되었건만 스스로의 위세와 땅의 위세는 쇠퇴해 갔습니다
유일하고 소중하게 될 찬스에서 생명이 개체로 되어버렸습니다
유일을 가늠하던 순수가 쇠퇴하여 사물 마저 영적인 힘이 쇠락해 갔습니다
소중함을 가늠하던 환상율이 아직 저만치에서 겨루기를 벼려 생명과의 조우에서 가져야할 환희와 멀어져 가게 되었습니다
성체로서 열체로서 환희로움에 입성을 미루면서 참상과의 조우를 회피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구식석선님의 댓글의 댓글
구식석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소중한 지적의 감상평 감사합니다
tang님의 댓글의 댓글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적확한 언급이 당연함의 터울을 크게 했나 봅니다
서로로서의 견인도 횡횡함을 이겨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