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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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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05회 작성일 22-09-13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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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를 본다

 


글자를 본다 글자의 침대에 누워 바퀴를 굴리면서 죽음 이전과 이후를 상상한다 글자는 어디쯤에서 나를 인도하며 나의 하루를 비우게 할까? 글자는 그렇게 오고 글자는 나의 오래된 친구이니까 내 마음을 잘 빼앗아 갈 거야 그렇게 믿으며 글자를 본다 그러나 글자는 울고 있었다 글자의 누이가 오고 동생이 다녀간 사실을 아침에 침대에 누운 침목이 말했다 왜 나한테만 이러는데, 제발 날 못살게 굴지 말어, 오빠와 언니는 뭐하는 사람인데 글자는 화들짝 놀라 왜 죽지 않는 걸까 하소연에다가 그야말로 울음바다를 이루었다 글자는 끝끝내 참고 있다가 저기 봐 인생은 즐거운 여행이라고 해서 굳음의 세계에서 더는 뻗지 못하는 손으로 깨진 변기를 숨기고 있었다 글자는 나에게 말했다 너는 그래도 오랫동안 나를 보아줄 거지 그래 우린 함께 가는 거야 글자는 단호하게 나무처럼 허공을 보았다 붉게 물든 노을 사이로 글자는 하얗게 피 흘린 하루를 저물고 있었다

 

 

.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2-09-14 10:46:31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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