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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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희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0건 조회 1,205회 작성일 16-01-04 16:41본문
동짓날 어스름 녘 회문산 기슭. 쌓인 눈이 칼 바람에 소용돌이쳐 흩날리는 비탈진 산길을 타고 몇 날을 굶주린 빨치산 K가 가까스로 민가에까지 기어왔다. 탈진 상태였다. 인적 끊긴지 오래인 폐가. 아무리 둘러봐도 먹을 것은 없었다. 일순 점점 감겨가는 K의 두 눈에 저 쪽 마당 귀 한 켠에 두 구의 민간인 사체가 들어온 것은 홀연한 축복이었다. 눈 덥힌 한 사체를 들추자 반쯤 벌어진 입 사이로 비어져 나온 하얀 밥알 몇 개가 보였다. K는 마지막 안간힘을 다해 두 엄지 손가락으로 시체의 입을 벌렸다. 죽은 자의 목구멍 깊숙이 오른 손 엄지와 검지가 들어 갔다. K는 입 속에서 파낸 씹다 만 얼음 밥을 허겁지겁 산 입에 쑤셔 넣었다. 식도를 핥으며 내려간 밥은 순식간에 붉은 피가 되어 K의 온 몸 구석구석으로 뜨겁게 흘러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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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님의 댓글
김영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렇지요,
이병주의 소설 지리산에도 저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엄동설한에 빨치산 소탕대들에게 쫓기던 빨치산들이 와중에도
죽은 동료들의 입속에 남아있는 생쌀을 파먹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요
참, 두고 두고 그 처절한 모습이 떠오르곤 했는데요,
윤희승시인님의 시를 읽으니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소설 한 권을 이 시 한 편으로 다 핥았습니다
허겁지겁할 틈새 없이
가시 돋친 입안이 퍽 시리군요
잘감했습니다
활연님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이 시 굉장하다, 처절하다. 끝까지 밀어붙여서 그 절정을 맛보았다.
윤희승님의 댓글
윤희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다녀가신 귀한 걸음들 고맙습니다 늘 평안하소서
미소..님의 댓글
미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생존에 대한 참 처절한 의지로 봐야겠네요
전시에서 저런 상황이 되면 인간은 모두 저렇게 되는 걸까요
자본주의 경제 전선에서도 또한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리얼한 시 감상하고 갑니다, ^^*
늘 행복하시고 일년 내내 좋은 일만 있으시기 바랍니다, ^^*
윤희승님의 댓글의 댓글
윤희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난 송년회 때 안뵈서 서운했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무의(無疑)님의 댓글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상하고 물러납니다.
좋다 앞에
僭恣를 붙이는데 인색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1951년, 눈 덥힌 한 사체를 들추자 밥을 먹다가 총격에 사살된 것으로 보이는 사체의 /는
호흡이 다른 것이겠지요.
윤희승님의 댓글
윤희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뱀다리야 숱하지만 지적하신 두 족은 자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사님.
오영록님의 댓글
오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흠흠~~ 시가 참 좋네요.. 이렇게 잘 쓰시는 분도 계셨네요..//흠~~
윤희승님의 댓글
윤희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선생님.
새 해 인사 올립니다 복된 한 해 되시고요 올해도 좋은 글 많이 내려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