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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2> 닮은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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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박정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244회 작성일 16-01-07 08:45

본문

 

 

 

 

닮은꼴 인생

 

      

 

1

출입통제된 복도 끝, 비인가된 이름모를 액자, 시시때때 낯 가리는 태양의 본성은 아니었지만 비스듬한 액자는 허리디스크를 앓는 중이다. 반듯한 바둑판같은 편집증, 오가는 길, 벽에 걸린 것의 본분을 깨우고 싶은 욕망이 샘솟는다. 벽에 사지를 내거는 것처럼 늘 수직과 수평을 본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거꾸로 투영된 삶의 오만과 편견, 가로 혹은 세로로 버려진 고독한 생의 연대기, 유감스러운 마지막 유산이었다.

      

2

과연 나는 무엇이 닮았을까?

우린 무엇을 닮아가고 있는 것인가?

비스듬한 각도에서 벌거벗은 육신을 바라본다.

세상에서 가장 힘센 슈퍼우먼 울 엄니를 닮은 듯 하고

어깨가 무거운 내 아부지를 빼닮은 듯 하고

부대끼며 산다는 것은

서로 붉은 피를 섞어가며 닮아가는 것

제멋대로 손 놓아버린 형상의 자국들

점인지 면인지 모를 세상에서

내 맘 같을 것이란 생각은 분명 오판이었다.

      

3

모래밭에서 잃어버린 바늘을 찾듯 단단한 옹이에 못 박힌 하나의 진리를 찾을 것이란 믿음은 매일 두서없이 반복되는 인사말처럼, 또 무명 액자 위에 흐르는 시간을 힐끗 올려다보는 그런, 남루한 일상, 먼 발치에 하나를 내려놓아도 별 아쉬울 것 없는 판박이들, 나를 속이는 닮은꼴 인생 하나가 백지 위에 등사되어 전송된다.

        

4

중심을 겉도는 행보는 남보다 빨라야한다는 겸손한 이치,

점점 구심에서 멀어지는 나의 걸음은 더욱 분주해진다.

앞서 가거나 뒤로 밀려나거나

가끔씩 비틀거리거나, 혹 골목을 서성이거나,

이름 모를 액자가 비스듬히 걸린 복도 끝에

출입허가된 그림자만 파도처럼 일렁이고 있다.

 

 

 

 

글쓴이 : 박 정 우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1-15 09:42:55 창작시에서 복사 됨]
추천0

댓글목록

허영숙님의 댓글

profile_image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허리디스크를 앓는 액자,
이미지와 너무 잘 어울리는 시입니다
수직과 수평을 꼭 맞추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애초에 없었던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봅니다

좋은 시  읽습니다

박정우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박정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허영숙 시인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렇듯 시평을 해주니 고맙습니다.
각과 각이 서로 마주치는 세상,
아름답게 살아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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