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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새 옷 한 벌<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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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초보운전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04회 작성일 16-01-09 20:42

본문

잎새 옷 한 벌

 

평생을 살아오다가 가을 끝에 구멍 난 옷 한 벌 걸어 놓은 곳에서

많이 본 듯한 얼굴 하나가 바람결에 따라 나가고

아쉬운 듯이 바라보는 늙은 시간이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저 옷을 입고 울고 울었던 짧은 생애가 파릇파릇했다가 갈색으로 물들었고

회고록같이 기록했지만 기록된 것은 가느다란 잎맥 같은 짧은 흔적뿐이다

황혼을 짊어진 가을은 주저앉아 하늘빛으로 막아보려 하고

찬바람 소식 드는 산모퉁이에 이름 한 잎 새겨 넣는다

더 머물고 싶어 몸 흔드는 가을을 위로하면서

지금까지 이룩한 날숨과 들숨의 역사를 생각하며

가을저녁을 걸어가는 사람들

헐렁한 나뭇잎 옷 한 벌 닮은 삶이 손바닦 펴 보이고 있다

찬바람 모서리에 부딪칠 때마다 나는

겹겹이 껴입고 살았던 자신의 그림자와 마주친다

위선과 아집으로 가득했던 구멍 속으로 들어가 본다

푸른 물기한번 가져보지 못했던 내가

어둠속에서 바스락거리며 방황하는 모습

문득 구멍 난 옷 한 벌이 내 가슴에서 빠져나가고

세상이 뻥 뚫린 모습으로 보인다

그곳에 한 장의 나뭇잎 그려 넣으려 했지만

여전히 구멍난 그곳은 채워지지 않았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1-15 10:02:35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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