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다 / 현탁 > 우수창작시

삭다


이윤숙

여자가 삭고 있다 타닥타닥 다 빠져나가는 느낌
그것은 충분히 삭고 있다는 증거

저기 다 삭은 여자를 봐
굽어 포물선이 되기까지 몇 개의 산을 태우고
강을 태우고 빈 것으로
저렇게 잘 삭았을까

감치며 엉겨 붙는 생각
광폭한 속도에 짓눌렸던 마음의 고삐 하나씩 풀 때마다
뼈 속에 푸른 창을 내는 여자

창 쪽으로 통증이 돋아나고
체본된 기억이 어둡고 따뜻한 충동을 삭히다가
꿈을 통과하지 못한 바람을 깨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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