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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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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그믐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1,259회 작성일 16-01-15 20:10

본문

거실



거실이 혼자 있다

침묵이
길게 흘러내린 커튼의 형식으로
저녁을 초대하는 혼자의 거실

모서리에서 몇 그루 권태가 자기들끼리 소곤거리며 자라는 동안
거실은 가족이 없어서 심심하다

심심해하는 거실로 엉거주춤 들어선 저녁은
서두르는 기색없이 희미하게 거실의 포옹을 기다린다
라디오에서는 나를 잊지 말아달라는 외국가수의 노래가 흐르고
거실은 마치 이 시의 주인처럼 자신의 배경 속에
그 가수를 넣을지 말지를 고민한다

바로 그때
저녁이 슬쩍 이 흐릿한 시간 쯤에
달콤한 음악 한 곡이면 딱딱해 보이는 벽들을
좀더 부드럽게 휠 수 있을 거라고 조언하며
거실의 중심으로 들어온다

어두운 구석들이 공간 밖으로 밀려난다
시간이 둥글게 말리며 공간이 휜다

모두 어디로 가서 돌아오지 않는 걸까?
텅 빈 거실이 까닭없이 슬프다

세상은 그토록 먼 것이다

혼자 있는 거실이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1-19 18:12:50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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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미지가 입방체로군요. 큐브로 음악을 고르고
비지스의 할리데이는 누구를 포로로 잡고 있는 것일까요.
머리에 권총을 겨운 지강헌처럼 절박하고 처절한 고요도 느껴집니다.
심심한 것들 살구색이라서 휘기도 하겠는데
고독한 단독자의 시간에서 바라본 먼 세계,
공동체의 공간이 텅빈.

시를 유려하게 운행하는 부드러운 운지법이 느껴지네요.

그믐밤님의 댓글

profile_image 그믐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활연님, 반갑습니다. ~
언젠가 텅 빈 거실이라는 공간을 통해서 인간의 소외문제를 다뤄보려 메모해 두었던건데..
호흡도 좀 길게 가져가며 사물들의 극적 서사 같은 것도 넣고 해서 드라마틱하게 구성해보려
했지만 다 빠지고 그만 앙상해졌습니다.
 불쑥 꺼내고 보니 애초 생각한 것과는 달리 역부족인가 봅니다.

부처님 공부가 깊으신 탄무님,
득도 해탈하셔서 니르바나에 계시길 빌겠습니다.
저는 형형색색 어지러운 길로만 다니는 통에 공부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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