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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에 관한 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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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201회 작성일 16-01-18 13:07

본문

뿌리에 관한 미분

 

이포

 

 

입만 열면 펼쳐지는 이야기 속 거목 한 그루

세파에 우뚝 맞서온

무수한 낙엽과 삭정이들의 뼈대

흔들릴 때마다 고목의 기운 퍼져나가

앙상한 듯 핏줄 가득한 묵시(默視)

강성한 뿌리의 힘 전하듯

빛, 품에 안아다 사그라지는 것들에 나눈다

 

부러지고 찢기고 쏟아져 역할 다한 듯

제 몸 낮추고 삭히어 발목 잠기도록 쌓인 말미들

겨울 산의 고락 털며 깃드는

가늘고 긴 방랑

 

창백한 바람 끌어안는

팔방 날아드는 험악하거나 나약하거나

계절을 초월하여 조건에 무관하게 휘어잡느라

갈라진 무늬들 뭉겨진 지문들

거목의 앙상한 그림자 설핀 긴 끝

땅거미 피어나는 시간 깃드는 것 모두 끌어안고 선

노숙의 바람들 깃들기 바라며

잎처럼 눈꽃 피우는 밤

 

성긴 가지 사이에 깃든 것들 위한

수혈이 끊긴 눈꽃 속 낙엽과 삭정이들 깊이 잠든

뿌리에 뼈대를 심는

끈덕지게 해묵은 가품(家品) 잇는

거목의 미분(微粉)

 

 

* 선조님의 영정 앞에서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1-22 11:28:29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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