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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풍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97회 작성일 16-01-29 16:37

본문

 

마당  /  풍설

 

아버지와 어머니의 거리다.

성주는 사랑을 지키고

연당같은 안채 사이에

달빛이 내려앉은 넓고 큰 강

아버지는 강가에서 얼마나 주저했을까?

 

아사녀처럼

아득히 먼 건너편 언덕

뜬 눈으로 바느질 상자만

만지작 거리던 어머니

속절없이 새벽은 오고

막걸리 걸르는 소리같은

아버지의 마른기침 소리에

동녘은 어둠을 걷어가 버리고

장닭도 훼를 치는 방해꾼이다.

 

요새처럼 둘러친 벌집같은 구멍

여덟이나되는 방해꾼 틈에

별이 쏟아지는 여름밤의 강

투우장같은 멍석을 깔고

청솔가지 봉화불로 달빛을 가려놓은

성주의 의도, 낌새도 못채리고

불경스럽게 이슬맞은 별만 헤고

 

하얗게 바랜 어머니의 마음

말갛게 빨래줄에 아침해 널어놓고

아버지 무명바지 다림질한다.

텃밭 열무잎에 서리처럼 맺힌 한숨

전령으로 급히 왔다 텃밭으로 가버리는

왕잠자리 한마리

무엇을 몰래보고 싱긋웃고 담을 넘네

출납은 골목인데

불경스러운 놈.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2-03 11:06:17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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