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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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광나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071회 작성일 16-01-30 13:02본문
느림의 미학/광나루
왜 그리 더디 오는지는 묻지 않아도 된다
길은 험해도 논둑 밟고 밭둑 밟고 가끔은 자갈도 차면서
풍성한 이파리 안고 서서 빛들 가득 담아 찧고 있는 나무를 보면
그냥 거기 앉아 쉬면서 방아 찧어지는 소리 듣다가
날아가는 새 소리하거든 휘파람 한 번 불어주고
종일 웃는 얼굴로 거기 서서
나그네 반기는 들꽃 한 송이 보거든
담담하게 목례 한 번 건네주고
개구리란 놈 펄쩍 뛰며 뒷발질해도
허허, 고놈 바쁜 일 있나하며 웃음 한 번 웃어주고
가는 듯 마는 듯 엉덩이 무거운 구름 하늘에서 굼실거리면
눈 한 번 크게 뜨고 옛날에 보았던 사진 몇 장 구름 속에 만들어 보고
걷는 내 발 보면서
내 숨소리 들으며
노래도 불러보고
코스모스 손 흔들거든
손잡아 그의 뺨에 얼굴도 대어 보면서
익어가는 보리알 꿈 이야기도 들어가면서
비에 젖은 땅 찰떡 되어 신발을 놓아주지 않아도
어루만져 가면서
왔던 길도 한 번 뒤돌아보고
나로 인해 멍든 가슴들 마음에 새기면서
파란 것이 끝없이 펼쳐진 속으로
손 넣어
고개 넣어
만져지는 것 없어도
보이는 것 없어도
들려오는 것 없어도
세상 모든 것은 파란 그의 속살
더디 걷는 발길 위로 햇살이 쏟아진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2-03 11:14:46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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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신님의 댓글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시제와 본문의 서술이 찰떡 궁합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