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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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그믐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1,264회 작성일 16-01-31 14:19본문
경사진 외로움에 저녁이 붉게 흘러내린다
멀리 공장 굴뚝에서 지어 올리는 검은 구름
비가 오겠지
비가 올거야
죽음을 모르고 죽음을 맞는 짐승처럼
오늘의 검은 페이지가 넘어가기 전에
비는 오겠지
비는 올거야
슬픔은 내가 아직 안전하다는 증거의 감정이야 음악처럼
저녁처럼 자꾸만 어두운 쪽으로 흘러나가려는 감정의 관성을
허리를 붙잡고 있는 안전벨트처럼 꽉
움켜잡는 마음의 장치 같은 거
즐거운 음악처럼 움직이며 흔들거리는 사람들 좀 봐
급제동 급출발 이건 하루의 오락이지
걸어다니는 시체들 사이로 빼곡히 채우며 걸어오는
마른 풍경들의 뭉툭한 발가락
환영으로 흘러오는 와디의 흔적 시린 발목을 적시면
오래된 추억들은 길에서 사이프러스나무처럼 타오르지
떠도는 저녁의 눈들이 수치심에 그 빛을 적실 때
말라 비틀어진 우리 사랑엔
언제쯤
비가 오려나
오려나 비는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2-03 11:23:23 창작시에서 복사 됨]
댓글목록
노정혜님의 댓글
노정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죽은 듯 같은 마른 풀잎도 뿌리가 있다오
더더욱 질기도다
겉은 죽은듯하지만
땅속에선 서로 떨어지면 안 된다고 얽히고설켜
그 정 더 깊도다
묶은 끈 풀일까 매듭지어 놓았구려
자손 무궁하라고 차디찬 땅속에서
봄 왔어니 나가라고 채 찍 한다,
사노라면 비 오고 눈 비 바람으로 만든 정 깊도다
땅으로 가나 하늘로 가나
작품 완성 끝나면
자리 비워 줘야 할 것
이렇게 살다가 떠남이 행복한 갈 같구려
늘 감사
활연님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비
말라비틀어진 우리들의 터와 공간,
의식주에 허덕이는 죽은 군상들,
여러 이미지들이 머릿속에 널빤지처럼
날아다니네요.
와디는 빈 강이지만, 또 격렬한 흐름을 기억한다는 생각.
마른 강에도 푸른 물 넘치는 날이 오면 좋으련만,
여러 생각이 맴도는군요.
잘 감상했습니다.
그믐밤님의 댓글
그믐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메마른 거리에서 주워온 몇 개의 단상들,
회색 투성이입니다.
계절의 순환은 자연의 섭리지만 마음을 얼리고 있는 계절엔
여전히 건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봄은 언제나 올런지, 오기나 하는지 .. 요즘 생각이 그렇습니다.
노정혜님, 활연님 늘 감사드립니다.
허영숙님의 댓글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정의 건기에
슬픔은 얼마나 안전한 것인가,
거리의 단상과 내면의 단상이 교차하는 부분
참 좋습니다
그믐밤님의 댓글
그믐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참 좋다는 말씀에 기분이 참 좋아지는 오후입니다. ^^
허시인님께서도 참 좋은 오후 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