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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낯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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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70회 작성일 16-02-02 23:31

본문

종로 책방에서 돌아오는 날은
버스 차창에 우두커니가 됩니다.
시집을 한 권 사서 들뜬 마음이기보다는
그의 약력을 봤다기보다는
티브이에서 생경한 눈 맞춤이었기 보다는
무작정
그래 무작정 아무 페이지나 한 장
차고앉아 읽어 내렸을
그의 외로움
그의 그리움을 보고 말았습니다.

진열장 마네킹의 옷을 벗겨 입은 상상으로
지나가는 여인들의 레깅스를 훔쳐 본 죄로
어디선가 문뜩 우리는 그가 외롭지 않은 사람
그래서
나와 다르지 않은 몸빼 바지 같은 사람이라
사람이다 그래 사람이니까 외로운 거라
생각했습니다.

내가 문뜩 그녀가 생각 날 때마다
시집의 어느 페이지에서 그만 울었습니다.
얼마나 유치하고
저만 부끄러운 일이었나 생각합니다.

그래도 새가 울던 가지보다는
빈 들녘에 노을이 논두렁에 처박힐 때의 상실감은
이제 감당하고 살렵니다.

한 번도 끝내지 못한 시집
어느 구비 어느 소절에 목이 메면
불뚝
그리움으로 우두커니가 됩니다.
차창에
나를 벗겨 뭅니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2-05 15:44:28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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