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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 향의 모기불이 은하수를 건너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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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56회 작성일 15-08-01 21:49

본문

무논의 개구리 울음소리
가르마를 탄 논길에 별처럼 쏟아졌다.

밥 짖던 연기는
뻐꾹이 우는 산 그늘에 숨어들고

달을 짖던 황구는
팔을 베고 누웠다.

길쌈을 하시던 어머니의 흰 두건은
소금기를 적시고

모깃불이 머리를 푼 은하수 건너
할머니의 자장가는 기적 소리도 없이 꿈으로 달려갔다.

감나무에 붙은 매미의 구애 소리
바람을 일으키는 화롯불의 쑥 향이었다.

고샅길에 어둠을 묻히고 온 아버지의 옷자락에는
수박 향이 얼룩무늬로 익어가고

성항당에 볍씨 까먹던 귀신들도 배가불러
젓국처럼 달달한 된장찌개가 화톳불에
쫄아들던 밤이었다.

도깨비 달걀을 굴리던 손
꿈은 복숭아같이 빨간 열매를 매달고
대청마루의 모기장 홑이불에 널렸다.

일기가 쓰이지 않는 밤은
몽당연필이 도루르륵 평상 끝에 떨어졌다.

"아버지는 검정고무신을 사 오시려나
아이스케키가 먹고 싶은데
다리 밑에는 가지 말라시면
물놀이는 어디서 하나"

별도 달도
고향을 떠난 적이 없었는데
기차는 은하수를 건넜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08-05 10:24:56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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