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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6> 딱딱한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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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그믐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461회 작성일 16-02-13 16:24

본문

 

 

딱딱한 생

 

 

잠들기 전에 나는 나의 죽음을 꺼내어본다

여행자가 낡고 색 바랜 자신의 지도를 조심하며 꺼내어 밤을 연주하듯이

 

나는 아직 식지 않은 죽음에 알람을 맞추고

오늘 하루 잘 죽었구나

어둠 속에 반듯이 누워 굳게 생각한다

 

주검이 되어 주검의 꿈을 기다리는 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

누구에게나 똑같은 시간

 

꿈은 오래된 일기를 다시 보는 것과 같다

궁금한 전생으로의 여행 같은 것

악몽은 이미 지나왔으므로 이

고요한 부유에 실리는 희망

그리하여 나는 너에게로 부풀어 오른다

흐르지 못하는 강물처럼 부글거리며 우울과 권태로

 

잘 죽은 하루 어디로 가나

까무룩 휘어지는 시선

 

안개가 뻑뻑하게 숲을 태우고 있다

나는 설산의 빙원 위로 구름이 빠르게

흘러가는 방식으로 무심하다

 

그럴 때마다 길들은 수직의 벽으로 서서

몬순의 노래를 부른다 불규칙하고 희미한

그림자들의 음율,

저렇게 사물들은 이슬람사원처럼 웅웅대며

원근의 감각 속에서 뒤섞이고

향을 피우고 스멀거리며

지상에 집을 두지 않는 안개의 성전을 향한다

 

순례의 아침, 알람이 울린다 죽음은

꿈은 사라진다

 

주검이 딱딱한 눈을 뜬다

 

(생이 이미 딱딱하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2-20 09:26:31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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