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10> 그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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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정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115회 작성일 16-02-15 21:34본문
그 자리에
나는 오래도록 빈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사진첩 빛바랜 사진처럼 손꼽을 수 없는 나날이었다.
더 이상 사라지지 않을, 늘 내 것 같았던 그 자리에
제멋대로 찾아와 진심을 털어놓던 당신을 기억하지 못했다.
채 기억하지 못한 이름 석자,
성난 당신은 눈초리를 찡긋거리며 발등을 밟는다.
유리창에 그린 얼굴
게으른 몸에 기생하는 머리가 사라졌다.
밥먹듯 진실을 삼키던 목구멍이 사라졌다.
어제와 똑같은 기름진 내장이 사라졌다.
그 자리에 곰팡이처럼 뿌리내린 것은
낡은 사상과 거울에 비친 허상이었고
들리지 않을 목울대의 작은 울림같은 것이었다.
그렇다 하여도
끝끝내 나를 뿌리치지 못한 것은
부지런하고 정직한 두발 뿐이었다.
글쓴이 : 박 정 우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2-20 09:47:07 창작시에서 복사 됨]
댓글목록
고현로님의 댓글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박정우 시인님, 오랜만에 오셨습니다.
자주 오세욤^^
박정우님의 댓글의 댓글
박정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반갑습니다. 고현로 시인님
출근부에 도장은 찍지 못하겠지만
자주 들러 이야기 보따리를 풀겠습니다.
계절은 봄에서 다시 겨울로 회귀하는 모양입니다.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은린님의 댓글
은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저 의자에 오래 머물었을 시인님의 시선을 느끼고 갑니다^^
박정우님의 댓글의 댓글
박정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사합니다.
세상 누구나 황금빛 회전의자나
중심 잃고 삐걱대는 낡은 의자 하나쯤 품고 사는 듯 합니다.
어느 의자에 앉아 있든지 간에 부지런하고 정직하게 살면
그 삶의 의미는 이미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늘 건안, 건필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