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자명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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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정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7건 조회 1,657회 작성일 15-08-05 16:09본문
내 안의 자명종
창가에 산마루 조각 빛이 기웃대면
유년시절 카랑카랑한 보이스카웃 선서처럼
내 머릿 속 자명종은 목울대를 준비한다
나는 언제나 고단한 아내보다 먼저 눈을 떴고
아내가 눈뜨기 전에 먼저 울었다
내 울음소리는 고생대 지층처럼 팔 다리가 뒤엉킨
안방 문턱을 지나 총검이 널브러진 전장같은
거실바닥을 또로록 굴러다녔다
밤새 내 안을 짓누르던 침묵이란
풀릴 것 같지 않던 숙제가
희망을 노래하는 판도라 뚜껑을 열고
시시때때 예보되는 우울한 오늘의 날씨처럼
잘 도배된 배경 속으로 사라진다
내가 비몽사몽 반질대는 꼭지를 거슬러 추행하면
그는 귓딱지 앉은 내 어머니 말투로
“밥은 먹고 다니냐?” 외마디를 뱉는다
정확히 분절된 기계음에 갇힌 나의 하루
한번 못 박은 내 금도의 시간은
오늘의 시작이기도 했고 내일의 종착이기도 했다
늙은 수캐의 풀린 동공처럼 흔들리거나 간혹,
불분명한 분획으로 삶의 방향과 절도를 잊을라치면
“허 참, 이 놈 봐라!”
나는 십자가를 울러맨 그에게 채직을 휘갈기며
책임을 따져 묻고 분노하는 나쁜 사내가 되곤했다
두 개의 튼튼한 심장의 맥이 사그러질 때
고삐 틀어쥔 늙은 마부의 손에 이끌려
고물이란 이름으로 뒷방 신세가 된다
밥상머리 잔소리처럼 질긴 출근길
내 시선은 왜곡된 궤적을 되돌아오는 부메랑처럼
올 나간 검정 수트에 고정된다.
매번 어제와 같은 낡은 수트를 입지만
내 안의 자명종은 화려한 L백화점 진열대에 걸린
각 잡힌 수트처럼 새날을 준비한다
멈춘 분절음, 왜곡된 달리의 시간속으로
우울한 점호소리가 흘러나오면 수 천의
돈키호테는 본데없이 지름길을 찾아 나선다
돈키호테는 꼬리 잘린 고양이가 밤새 들락대는
골목을 지나 풍차가 늘어선 길에서 타박거렸고
분절된 시간이 가깟으로 비껴간 어느 골목에서
조각난 하루를 이어붙였다
하루라는 천연색 필름이 녹아내리는 순간
담벼락에 기댄 머리에서 메모리가 싹둑 잘려나간다
오늘도 내 안의 자명종은
have a good time, have a good day
너는 홀로 우는 종이 되어라
이 세상 절로 우는 종이 되어라
유년시절 보이스카웃 선서처럼
우울한 아침 점호를 준비중이다
글쓴이 : 박정우
댓글목록
마음이쉬는곳님의 댓글
마음이쉬는곳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알람이 늦게 울리면 지각합니다
그리고 알람을 못듣고 잠만 자면
지각을 하게 됩니다
마음속의 알람도 울리지 않으면
지각이 되겠지요
사유하며 읽고 갑니다
박정우님의 댓글의 댓글
박정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내 안의 자명종이 절로 울리지 않으면
어떨까 상상해 봅니다.
더운 날, 시원하게 보내세요^^
마음이쉬는곳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이쉬는곳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알람은 맞추어 놓지 않으면 울리지 않습니다
저절로 울리는 자명종은 고장이 난 것 입니다
절로 좋아 울리는 자명종은 절로 찾아 가야
할 듯
수고하십시요
tang님의 댓글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왜곡된 빛의 굴절 따라 열리는 낮높음 천상의 화음에 푸름이 다가옵니다
가다 또 멈추며 들판의 열린 높은 호흡을 마주하려는 숭고한 높음을 어우르는 인고의 피어남은
환한 빛의 처짐의 안락에 들어갑니다
박정우님의 댓글의 댓글
박정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사합니다. 더운 날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계곡 물에 발 담그고 시집 한권 읽고 싶은 날입니다.
더운 여름, 시원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현탁님의 댓글
현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삶의 하루는 늘 그랬지요
하지만 have a good time, have a good day 이거면 행복아닌가요
내 안의 자명종이라도
열심히 울리세요
그래도 행복이라고...........ㅎ
잘 읽고 갑니다
박정우님의 댓글의 댓글
박정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되세요 라는 것
세상에 감사할 일이죠.
늘 행복하고 건강한 나날이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