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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핑크샤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91회 작성일 15-08-08 08:56

본문

 막차가 떠나가는 끝 자락에

 노곤한 몸 이끌고 걸어 오는

 사람들의 위장은 술을 품었다.

사람의 발길이 끊긴 지하도와

너른 광장 구석진 곳에 그들은

오늘 하루 안식할 자릴 만든다.

이미 익숙해져 버린 사람도

아직은 조금 낯선 사람도

아무런 말이 없다.

걸어온 세월보다도

더 깊게 패어버린 주름들,

피폐한 육체는 방치 되었고

지친 영혼은 소주병에 갇혔다.

한낮에는

바쁜 사람들 구둣발에 몸을 내주며

가쁜 숨을 몰아쉬던 기차역이,

밤이 되면

모여드는 사람들을

점점 식어가는 가슴을 열어

마지막 남은 온기로 끌어안으면,

그들은 봄날햇살만큼 행복했던 시절과

뼛속까지 스민 바람처럼 맘 시린 시절을

한데 모아 웅크린 가슴에 품고 말이 없다.

누군가가

구성지게 옛 유행가를 불러대면

술 먹은 유행가를 밀치고

갈라지고 쉬어터진 목소리가

침묵하는 광장 속에 울려 퍼진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 프로스트여,

이제 너의 회색 노트는 버려라.”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08-13 10:14:13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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