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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경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9건 조회 1,354회 작성일 16-03-02 13:07

본문

정리해고 /

 

창고에 들어앉은 추위와 함께
시커먼 연탄을 야금야금 빼먹으며 겨울을 나는데
고향 친구가 무릎이 나온 추리닝을 입고 찾아왔습니다
당분간 늦잠을 즐기려고
오래 다닌 회사를 그만두었다며 씩 웃네요
때마침 새 탄을 얹는데 아마 연탄은
덜 탔는데도 자신을 빼버리는 집게가 야속했을 겁니다
우리는 서로 닭의 수명보다 통닭집의 마진에 대하여
연탄보다 뜨거운 대화를 나누다간
한숨 같은 굴뚝 연기를 보며 헤어졌지요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버텨오던 연탄
깡으로 버틴 압축은 흙처럼 부서지고
숭숭 뚫린 가슴으로 스미는 찬바람에
핏발 선 눈빛도 점점 사그라지겠지요
옹기종기 마당귀에 쌓인 겨울이 떠나려네요
작은 무덤 같은 저 위로
친구가 사는 골목으로
신혼 같은 새봄이 곧 올듯합니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3-03 16:45:39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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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경호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이경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끔은 직장인이 부럽다가도
청천벽력의 실직을 보면 참 답답합니다.
물론 알아서 살아가겠지만...
근데 자영업은 월말에 십 년씩 늙어요.

오영록님의 댓글

profile_image 오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러게요.. 그 연탄 갈아야 하는 타이밍// 늦으면 불이 꺼지고 이르면
타던 연탄 아깝고 // 미련을 버릴 수 없는 산업전선~~에고
어찌보면 뒷방으로 가야 새연탄이활활 탈 것도 같고 아직은
팔뚝이 굵어보이기도 하고~~ 정답은 모르고~~마음은 시리고 하네요..

이경호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이경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는 되기 힘든 글 같고 보여드릴 것은 없고
버리기는 뭣하고 고육지책으로 들고 와 봤습니다.
진중한 감상평에 고마움을 드립니다.

동피랑님의 댓글

profile_image 동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새끼줄 끼어 양쪽 손에 연탄 두 장씩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던 기억이 납니다.
배도 안 부르고 사망하게 되는 그모무 연탄 가스는 쥐구멍 때문이었지요.
이경호님, 친구와 더불어 연탄불보다 더 따뜻하게 꽃샘 추위도 물리치시기 바랍니다.

현탁님의 댓글

profile_image 현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신혼 때 처음 연탄 갈던 생각이 나네요 그 놈 연탄은 왜 그리 잘 꺼지는지 퇴근하고 오면 늘 찬 방이였지요
저녁 마다 번개탄을 피웠던 기억
찬 방에서 엄마가 농사지어 해주신 목화솜 이불 속에서 돌돌말고 자던 기억도...........하하하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친구의 핏발 선 눈빛에 참시 머물다 갑니다
곧 하예지길, 그 바탕에 빛나는 초롱을 달고

글향이 참 좋네요

이경호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이경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쟁기동 출신 친구가 20년만에 억지퇴직 당해서 마음이 영 그렇네요.
술 한잔 하기로 했는데 가까운데 사시면 오세요.
둘이서 친절히 부ㄹ 탁 쳐드릴께요.

최경순s님의 댓글

profile_image 최경순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쟁기동 출신?
개 잡아 먹던 민준
개 잡아 먹던 덕배는 발개미
소 부 ㄹ 까기 전문 수정사 세호
소 키워 잡아 먹던 형구
IQ 높으신 진열...
아아 영식이두 있군요! ㅋ
이 중에 누규? ㅋㅋ
연락주시면 가서 꼬장 부릴 순 있는데염
건필하세욤,

시엘06님의 댓글

profile_image 시엘0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경호 님 시는 잔잔하게 감동이 밀려옵니다.
야단스럽지 않은데 곱씹을수록 맛이 더하고 빛깔이 나네요.
일상을 찬찬히 따뜻하게, 투명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없다면 이렇게 진한 글이 나올 수 없겠죠.
가만히 볼에다 대고 그 온기를 느끼고 싶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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