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드셀라,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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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동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1,830회 작성일 15-07-08 21:00본문
무드셀라, 오!
#1. 미완의 시
‘⌜꼬마광대야, 꼬마광대야, 나하고 춤추겠니?‘
그러면 누가 이렇게 대답하죠.
‘예쁜 꼬마광대는 누구하고든 춤출 거라네.’⌟
늦은 오후, 저는 혼자 카페에 앉아 빈 종이에 글을 끼적이고 있었어요. 아메리카노
가 점차 식어갈수록 이 글이 시가 될 수 없다는 걸 알게 될 쯤 다정스러운 소음에
잠깐 눈을 돌렸어요. 다른 테이블에 앉은 연인의 다정스러운 소음이네요.
전 가끔 이런 상상을 해요. 편지를 읽는 당신은 바로 제 뒤 테이블에 앉아있어요.
저는 제 연인을 기다리고 있어요. 카페의 문이 열리고 그녀가 들어와요. 물론, 누
가 뭐라고 해도 젊고 사랑스러워요. 나를 발견하고 너무나 반가운 표정으로 내게
다가와요. 그녀는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나에게 말하고, 전 기쁨으로 듣겠죠. 땅
거미가 지면 다정스럽게 손을 마주 잡고 카페 밖으로 나가요. 당신은 그저 지켜보
기만 하면 돼요.
편지를 읽는 동안에도 가능하죠. 편지의 사소한 글귀라도 기억 속에서 매달린다면,
나는 누구라도 될 수 있으니까요. 편지를 읽고 내가 다녔던 카페에 오기라도 한다
면, 시 한편을 선물할게요. 내가 있던 자리도, 당신이 왔던 자리에도 영수증이 남
겠죠.
단지 그것뿐이에요.
단지 그것뿐.
1. 아모스 오즈 - '나의 미카엘' 인용
#2. 스토커
파블로프가 소문 없이 내게 목줄을 걸어놓은 저녁
매일없이 그녀를 보러 카페로 가요.
그녀에게 커피를 주문하고
그녀에게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아
천천히 훔쳐봐요.
곧게 다문 입술
작고 예쁜 어깨와
물렁물렁하고 뽀얀 피부
결코 화려하지 않은
호수 같은 눈을 마주 보며
인사 한 두어마디 건낼 수 있고
벌꿀향도 조금 맡을 수 있는
깊은 저녁이 되면 그녀는
에즈라 파운드의 시집을 읽어요.
시간은 지나가는데
목줄을 못 끊고
슈레딩거가 가져다 놓은 상자만 보고 있어요.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07-10 10:38:19 창작시에서 복사 됨]댓글목록
은영숙님의 댓글
은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동아님
새집에서 인사 놓습니다 반갑습니다
고운 시를 즐겁게 감상하고 갑니다
이사온 집에서 행복과 평화 그리고 행운이 함께 하시길
기도 합니다 동아 시인님!
동하님의 댓글의 댓글
동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새집 증후군이 있다보니 아직 익숙치 않네요.
은영숙 시인님의 좋은 시 많이 보고 있어요.
항상 행복하시길.
마음이쉬는곳님의 댓글
마음이쉬는곳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먹고사는 일이 바쁜 사람은 읽는것도 게을러지네요
그래도 읽어 보겠다고 눈을 부라립니다
좋은글 머물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