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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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094회 작성일 16-03-05 21:12본문
먼 길
거실문을 열자
아이들이 벗어 놓은 가방이
나란히 배를 보이고 있다
저녁을 먹으며 아내는
다 큰 것들이 정리를 안한다며
아이들을 나무랐지만
관룡사 목사자가
지나가는 바람을 그냥 흘려보내 듯
아내의 말들은 아이들의 귀에 닿지 못하고
거실을 빙빙 맴돌고만 있었다
이 모든 풍경들이 낯설지가 않았다
밤이 깊도록 나는
누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TV를 보았다
그 옛날 마루에 책가방을 던져 놓고
동구밖으로 뛰어나가던
그 놈이 돌아온 게 틀림없다
밥 먹으라고 동네이장님의 쉰 목소리가
나팔꽃 같은 둥근 확성기를 타고
아아~ 아아~
동네 구석구석 우리들을 찾으러 다닐 때까지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던
그 놈이 돌아온 게 틀림없다
그 많던 물웅덩이들을 첨벙첨벙
다 밟으며 먼 길을 돌아온 게 틀림 없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3-10 18:21:47 창작시에서 복사 됨]댓글목록
마음이쉬는곳님의 댓글
마음이쉬는곳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분이 오셨네 라고 표현을 하기도 하더라고요
초면에 댓글 죄송합니다
박성우님의 댓글의 댓글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옛날에 어머니께서 말 안듣는 내 등짝을 스매싱으로 한 대 올리면서 꼭 하시는 말씀~
"꼭 니같은 아들놈 키워봐라~"
그 말씀대로 된 모양입니다.
귀한 걸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