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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소낙비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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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초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60회 작성일 15-08-1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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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소낙비를 기다리며 / 유윤호


오목공원 농구 코트는 원형이다
공이 들어갈 골대는 여섯 개
한 소년이 뙤약볕 아래에서 하늘 높이 공을 쏘아 올렸다
햇살들이 환호하며 부서져 내린다
마천루를 자랑하는 아파트 창은 굳게 닫혔다
물관을 따라 암매미와 애벌레들이 터를 잡고 에어컨을 틀어 막바지 열기를 배설한다
한 소년이 농구 코트에 들어왔다
둘이서 함께 하늘 높이 공을 쏘아 올렸다
방송국 첨탑들은 올 여름 찜통더위에 한편으로 기울어졌고
교차로가 없는 일방통행로에 차들이 식을 줄 모르는 열정을 뿜고 직진한다
한 골대 끄트머리에 나무그늘이 덮쳤다
두 소년이 합세했다
소년들은 편을 갈라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한 놈이 울자 일제히 따라 우는 매미들이 지나가는 구름을 불러세워
농구 코트에 그늘 돔이 쓰여졌다
공이 들어갈 골대는 여섯 개
오목공원 농구 코트는 육각형이다
여섯 무리 소년들이 흐르는 땀을 손바닥으로 씻어내고 높이 더 높이 하늘을 날아오른다
늦은 소낙비를 기다리며
올곧은 은행나무에 붙은 쓰르라미 한 마리가 우렁차게 말복을 타전한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08-18 08:57:31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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