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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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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윤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62회 작성일 15-08-13 16:04

본문

가면

 

 

 

간밤, 누군가 생의 갈피에 휘청였나 보다

사람은 간데없고

빈 술병만 쓰러져

북천변 다리 밑이 제집인 양 아무렇게나 아침을 맞는다

어떤 말 못할 사연

천변의 물처럼 흐느끼다가

더러운 세상의 멱살을 잡고 취한 주먹을 날렸는지

고꾸라진 흔적이 파편으로 반짝인다

삶은 언제나 이중적

착해, 참 착하다던 사람에게 먹힌 술은

가슴에 화톳불을 질러 놓고

뜯어 먹기 알맞은 가면 하나를 건넨다 

술이 사람을 먹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어느 쪽이 진정 나인지 모를 객기로

한없이 사나워진 밤을 보내고서야

앙상하게 남은 자신을 추스려 돌아간다

아픈 속을 달래며 점잖은 체

내면 깊숙이 벗은 가면을 숨겨보지만

누대로 어둠은 술을 부르는 시간

귀 밝은 사내 하나가

비틀거리며 밤거리를 걷고 있다

가면 뒤의 착한 그가

위태롭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08-18 12:02:41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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