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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동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15회 작성일 15-07-06 17:10

본문

행운목/손성태
 

 
접시 물에 우두커니 서 있던 나무토막 하나
온몸을 다해 물을 길어 올려
몸피를 열고
젖은 조막손을 밀어내고 있다
내려앉은 조그마한 햇살 한줌
용케 움켜쥐고
손목을 만들고 있다
꽃피듯 활짝 핀 손바닥이 푸른
햇빛을 당겨, 쓸어 담는다
몸통의 이쪽저쪽으로 기우뚱,
쓰러지지 않을 만큼 싱그러운 팔들이 나와
헐벗은 몸을 감싼다
그저 물을 나르고 잎을 틔우던 가지
싹둑 잘린 가지가
스스로 줄기가 되어
물과 빛, 공기 알갱이 사이사이
옛 기억을 밀어 넣고 밀어내
곁가지를 만들고 있다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가지의 힘
외줄기를 적시고 있다
서로 한걸음씩 팽팽히 올라가는
아슬아슬한 외줄타기가
젖 먹던 힘으로
줄기 아래로
실뿌리를 내리고 있다
어머니 분 냄새 같은 꽃향기 뿌릴
뿌리를 퍼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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